드론으로 내려다 본 완주 삼례 비비정 마을의 전경. 구(舊)만경강 철교에 세워진 ‘비비정 예술열차’를 비롯해 드넓은 만경평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막혀 있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다. (제공: 완주군청)
드론으로 내려다 본 완주 삼례 비비정 마을의 전경. 구(舊)만경강 철교에 세워진 ‘비비정 예술열차’를 비롯해 드넓은 만경평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막혀 있던 마음이 시원하게 뚫리는 듯하다. (제공: 완주군청)

완주군 삼례 비비정 마을 찾아

광주·서울서 1시간 20분 소요

연인·가족과 실속 낭만여행지

 

주말 당일치기 여행지로 각광

할머니 집밥 한상차림에 미소

일제 쌀 수탈 역사 몸소 체험

[천지일보=유영선, 이영지 기자] 만물이 깨어난 따스한 봄은 언제나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안내하고 싶어 한다. 유명한 곳, 또는 그리 유명하진 않더라도 ‘쉼’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나고 싶은 봄, 봄이다.

꽃과 자연은 물론 ‘칙칙폭폭 기차 타는 기분’ ‘탁 트인 풍경 속 유람선 위에 앉아 있는 기분’도 느끼면서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분위기 있는 ‘맛점’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석 사조의 실속낭만여행은 어떨까.

기자는 최근 차를 타고 전남 광주에서 1시간 20분. 서울에선 KTX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조성된 비비정 관광지 일원(비비정, 예술열차,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을 찾았다. 전주고속도로 진입로에서 10분 정도이고 삼례역에서도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도심과 그리 멀지 않아 찾기가 그리 어렵진 않았다.

조선시대 선조 6년(1573년) 무인 최영길에 의해 세워진 정자 ‘비비정’은 완산8경중 한 곳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조선시대 선조 6년(1573년) 무인 최영길에 의해 세워진 정자 ‘비비정’은 완산8경중 한 곳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만경강의 시작 ‘비비정’

가장 먼저 옛 선비의 기개를 연상케 하는 도도한 자태의 비비정을 만났다. 정자에 올라서니 군산 앞바다까지 이어진다는 만경강과 철교 위 예술열차, 드넓은 평야, 멀리 전주 팔복동의 공장건물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막힌 숨을 절로 토하게 했다.

비비정은 전주천과 삼천천이 만나고, 소양천과 고산천이 만나서 시작되는 곳인 한내라는 언덕 위에 있다. 한내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한 마지막 길목, 동학농민군이 서울로 진격한 월천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이곳은 ‘비비낙안’으로 유명한데, 조선시대부터 완산 8경으로도 내려오고 있는 ‘비비낙안’은 한내천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를 비비정에서 바라본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아직도 이곳은 철새들의 고장 ‘飛飛落雁’이라고 하니 잠시 가을 해질녘 기러기 떼가 몰려드는 상상을 하며 행복감에 젖었다.

비비정 마을에 온 것을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비비정 마을에 온 것을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복합문화공간 ‘비비정 예술열차’

비비정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구(舊)만경강 철교위에 또 다른 신(新)명소 비비정예술열차가 있다. 완주에선 이미 대표 데이트코스이자, 예술인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감성명소’로 유명하다. 배를 탄 것일까, 기차를 탄 것일까. 무궁화호 4칸을 그대로 가져와 리모델링했다고 하니 열차는 실제 열차처럼 “칙칙폭폭” 곧 출발할 것만 같았다.

또 배처럼 “뿌우”하고 곧 미끄러질 것 같기도 했다. 특히 이곳은 사계절마다 시시각각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비바람이 부는 날이면 배 위에서 폭우를 만나는 듯한 스릴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하니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 방문해도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예술열차는 지루할 틈이 없다. 이곳은 지역예술인의 모임인 삼래삼색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곳으로 전주한지, 압화, 금속 공예 등 예술작품의 전시공간이자 체험공간이기도 하다. 볼거리, 체험거리 뿐 아니라 예술열차에선 꼭 맛봐야할 먹을거리가 있다. 바로 임실치즈가 듬뿍 들어간 돈가스. 단연 으뜸 메뉴로 인정할 만한 ‘맛’이었다.

작은 시골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깔끔해보이는 삼례맛집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의 외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작은 시골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고 깔끔해보이는 삼례맛집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의 외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 삼례맛집 ‘비비정 농가레스토랑’

다음으로 찾은 곳은 삼례맛집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의 외관은 시골마을과 어울리지 않게 세련되고 깔끔해 보인다. 만경강과 합류되는 석탑천의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삼례마을의 할머니들이 완주의 멋과 맛을 뽐내기 위해 만들었다.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돈가스나 스테이크, 파스타 등의 양식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메뉴는 한식으로 겨우 3가지다. 불고기 주물럭(1만 3천원), 버섯전골(1만 3천원), 홍어탕(1만 5천원) 3가지 세트가 전부다. 각 세트 메뉴는 2인 이상 주문해야 하며, 다른 곳보다 가격도 센 편이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별도의 룸은 없고 하나의 넓은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도 차려지는 음식을 마주하면 곧바로 생각이 바뀐다. 전라도 특유의 한상 가득 채워주는 음식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비비정 농가레스토랑은 삼례마을의 할머니들이 손수 재배한 친환경 채소들로 건강한 시골 밥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할머니 셰프들이 직접 만든 집밥이다. 다양한 계절나물을 비롯해서 계란찜, 녹두묵, 생선요리, 두부김치 등 차려진 11개의 기본 반찬에 정성이 가득 담긴 시골밥상이다.

붉은 벽돌 건물의 완주 구 삼례양수장이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붉은 벽돌 건물의 완주 구 삼례양수장이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배불리 식사한 뒤 레스토랑을 나와 주변 경치를 구경하다 보면 빨간 벽돌로 지어진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 건물은 완주 구 삼례양수장으로 등록문화재 221호다. 레스토랑 뒤쪽 계단을 따라 오르면 조만한 뒷동산이 나오는데 풍광이 일품이다. 사방이 탁 트여 있는 데다 야경이 아름다워 연인들이 찾는 명소다.

또 이곳에는 ‘비비낙안’이란 이름의 카페가 있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멋진 경치를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야외결혼식이다. 완주 지역보다 주로 서울 등 타지역에 거주하는 커플들이 멋진 자연의 경치에 매료돼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지난해에는 30커플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카페 ‘비비낙안’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신 뒤 그네 의자에 앉아서 탁 트인 만경평야와 전주 시내를 감상하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될 것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카페 ‘비비낙안’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신 뒤 그네 의자에 앉아서 탁 트인 만경평야와 전주 시내를 감상하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될 것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 ‘수탈의 상흔’ 삼례문화예술촌

완주 삼례에는 문화·예술로 대표되는 삼례문화예술촌이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의 양곡창고로, 뼈아픈 수탈의 역사가 깃든 곳이다. 1920년 신축되어 2010년까지 양곡창고로 사용돼온 삼례양곡창고를 완주군이 지난 2013년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기름진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보내기 전에 보관을 위해 지어놓은 양곡창고의 외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겉은 창고지만 속은 예술공간으로 단장해서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역사와 현대를 어우르는 문화예술 관광지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은 만경강 상류에 위치하여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만경평야의 일원을 이루는 지역으로 일제강점기 군산, 익산, 김제와 더불어 양곡수탈의 중심지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역사와 현대를 어우르는 문화예술 관광지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은 만경강 상류에 위치하여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만경평야의 일원을 이루는 지역으로 일제강점기 군산, 익산, 김제와 더불어 양곡수탈의 중심지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큰 규모의 문화예술단지는 아니지만 여유롭게 반나절 관람하기에 충분하다. 삼례문화예술촌의 전체 입장료는 2천원이며, 7개의 메인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모모미술관’, 영상미디어를 통한 예술작품 감상 및 가상현실체험 등을 할 수 있는 ‘디지털아트관’, 예술 공연 및 영화상영을 하며 지역주민들에게 문화를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소극장 시어터애니’가 있다.

또 세미나와 체험학습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커뮤니티 뭉치’, 차를 마시고 예술의 향기와 여유를 느끼는 ‘문화카페 뜨레’, 목가구와 목수연장을 관람할 수 있는 ‘김상림목공소’,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책공방 북아트센터’를 접할 수 있다.

특히 모모미술관에서는 7월 1일까지 ‘그림의 마술사 에셔전&창의미술체험전’이 진행되고 있다. 에셔전의 입장료는 성인 95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7000원이다. 다양한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 ‘삼례문화예술촌’에서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체험도 하고 공연 및 휴식을 즐기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삼례 문화예술촌의 디지털아트관에서 아이들이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삼례 문화예술촌의 디지털아트관에서 아이들이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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