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장애인 20여명이 ‘목사님, 세금냅시다. 장애인도 일하고 세금내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여의도순복음교회. ⓒ천지일보(뉴스천지)

올해 말까지 한기총 잔류키로

이영훈 “2달 내 통합진행할 것”

하나되기 어려운 한국교회 보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갈기갈기 찢긴 한국 개신교 보수진영 세 연합기구의 통합을 촉구하며 ‘탈퇴’ 압박에 나선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한 발짝 물러섰다. 두 달 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과의 통합을 이루는 조건으로 올 연말까지 한기총에 잔류키로 했다.

지난 2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제27차 정기총회에서 기독교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총회(총회장 이영훈 목사)는 이같이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현 한기총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가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과 한교총 통합은 합의됐다”며 “2달 이내 임시총회를 열어서 통합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직전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한기총에서 분리돼 떨어져나간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현 한기연)과의 통합을 전면적으로 추진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고사하고 두 기관의 통합 추진은 도리어 한교총이라는 새로운 연합기구 탄생의 빌미가 됐다.

게다가 소송으로 이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더 이상 직접적으로 통합을 주도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는 외부에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과 함께 힘을 모아 그간 세 연합기구에 대한 통합 압박을 가해왔다.

압박에 못 이겨 연합기구 간 통합을 이루겠다는 합의서가 나왔지만, 내부 동의 없이 맺어진 약속은 실행으로 옮기기가 버거웠다.

앞서 지난 10일 발표된 통합합의서에 따르면 한기총·한기연·한교총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합과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기총과 한기연은 법인 존속을 주장하지 아니하고, 한교총은 법인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법인 기관단체의 자격과 혜택’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게 통합의서의 핵심 골자다. 동등한 입장에서 세 기관이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통합을 반대하는 군소 교단장들이 통합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다시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이단시비 논란을 받는 일부 교단들은 한기총 또는 통합 기관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내비치고 있다. 이단 시비가 붙은 교단은 예장개혁(류광수 다락방)과 성서총회(김노아 목사), 대한보수총회·예장합동총회(박윤식 평강교회) 등이다.

하지만 이 목사는 한기총과 한기연, 한교총이 통합 될 경우 현 한기총 대표회장인 엄기호 목사가 임기 말까지 통합 공동체 대표회장으로 추대된다고 특정했다. 사실상 한기총을 중심으로 통합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이영훈 목사는 이번 정기총회에서 “한교총, 한기총, 한기연이 하나되면 한국교회 130여년 역사상 연합기관 대통합이 이뤄지는 셈”이라는 평가도 했다.

그러나 이 목사의 이 표현은 다소 무리가 있다. 세 연합기구가 통합된다고 해서 한국교회 연합기구가 130여년 역사상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아우른 최초의 연합기구는 한기총인데, 1989년 출범해 올해로 30년이 됐을 뿐이다. 1924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탄생된 후 65년 동안 한국교회 연합기구는 NCCK 하나였다. 그러나 한기총 탄생 이후 유독 보수진영이 이단논쟁 등 정치적 이권에 따라 분열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NCCK,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 등 4개의 교단연합기구가 난립하게 됐다. 지금으로서는 이 중 어떤 한 기관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자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번에 한기총이 한기연, 한교총과 기적적으로 통합을 이룬다하더라도 30년만에 보수진영 연합기구가 하나 됐을 뿐이다.

한국교회가 말 그대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체질적으로 성격이 전혀 다른 NCCK까지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지금도 한기총·한교총·한기연 통합 반대파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입된 예장통합과 감리교 등의 교단을 지목하며 통합 불가론을 외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배타심이 강한 보수진영 교회들이 타종교까지 용납하는 NCCK를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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