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기 한국동양서예협회 회장이 붓 글씨를 써내려 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35년 서예의 길에 결코 후회는 없습니다.”

유난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날, 살며시 풍기는 묵향에 저절로 몸과 마음이 숙연해 지는 곳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임현기(70) 한국동양서예협회 회장을 만났다.

인터뷰 예정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지만 시원한 사무실은 더위에 흐르는 땀을 금방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미리 준비해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던 그는 반갑게 맞으며 시원한 음료수도 권했다.

임 회장은 처음부터 서예의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서당 훈장이셨던 부친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어느 날 아버지 서예 전시에 갔다가 원곡 김기승 선생의 작품을 보고 묵향의 길에 접어들기로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때 한창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35세의 나이에 서예의 길로 입문 했죠.”

그의 스승인 원곡 김기승 선생은 도산 안창호 선생 아래에서 서예를 익힌 서예 대가로 꼽힌다. 임 회장의 호는 성곡(惺谷)인데 스승인 김기승 선생이 존경하던 분의 호 한자와 본인의 호인 원곡에서 한 자씩 따서 성곡이라고 지었다.

“스승님은 40세부터 서예를 시작했다고 했어요. 제가 더 빨리 입문한 셈이죠. 허허허”라며 서예 인생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한국동양서예협회장을 맡아 7회째 동양서예대전을 열어 서예 학도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 열린 동양서예초대작가전은 한국·중국·일본 3개국 대표작가 및 초대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화합의 장이었다. 그는 “예술적 서체를 즐긴 한국의 ‘서예’와 질서있고 반듯한 중국 ‘서법’, 자유롭고 획기적인 것을 표현한 일본의 ‘서도’가 한자리에 모여 비교하기도 하고 교류하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임 회장은 “한자뿐만 아니라 우리글도 아끼지 않고 붓으로 담아내고 있다”며 “한국인은 한글을 쓸 줄 알아야 하고 한국인이 한글을 쓰고 사용해야지 누가 하겠느냐”고 말해 세계와 화합하고 소통하기 위해 힘쓰는 의지의 한국인임이 느껴졌다.

겨울 초에 일본 대표 서예가와 서예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