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방영된 채널A의 드루킹 녹취록 관련 보도 (출처: 해당 영상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
지난달 29일 방영된 채널A의 드루킹 녹취록 관련 보도 (출처: 해당 영상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

채널A, 29일 ‘드루킹 녹취록’ 보도
“우리가 정권 장악… 돈만 있으면”
충격적 내용에도 TV조선마저 침묵

 

댓글공작 수사단의 수상한 압수수색
서울경찰청의 수사 본격화 공표 직후
하드디스크까지 가져가… 의도 ‘논란’

 

여당 ‘드루킹 특검’ 수용 불가 입장
야당 땐 BBK특검 등 모두 관철시켜
야3당 “민주당의 오만, 내로남불”

[천지일보=명승일·이민환 기자] 네이버 댓글조작 주범 ‘드루킹’ 김동원(49)씨의 첫 재판과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 발표로 드루킹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2일 열린 첫 공판에서 김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드루킹 댓글조작과 관련해 구속된 김씨 등 3명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의 정보처리와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댓글 여론조작 외에도 연간 11억원에 달하는 드루킹 모임의 자금 출처를 밝히고 있다.

드루킹 첫 재판에 앞서 지난달 29일 채널A는 정권교체 필요성과 돈을 언급하는 ‘드루킹 녹취록’을 공개했다. 파장이 예상됐지만 이후 TV조선을 비롯해 어떤 언론도 해당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드루킹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은 드루킹 수사 본격화를 밝힌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일 댓글공작 수사단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를 두고 ‘경찰에 의한 경찰수사 압박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방영된 채널A 드루킹 녹취록 내용 (출처: 해당 영상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
지난달 29일 방영된 채널A 드루킹 녹취록 내용 (출처: 해당 영상 캡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2

◆ ‘돈’ 언급한 ‘드루킹 녹취록’… 침묵하는 언론

드루킹 첫 재판을 앞둔 지난달 29일 채널A는 “드루킹이 회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 드루킹 강연 녹취록을 공개했다.

탄핵정국이던 지난 2016년 11월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강연 녹취록에는 ‘외부유출 절대불가’ ‘적발 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드루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거론한다.

드루킹은 “우리가 정권을 장악해도”라는 표현으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편에 서 있다는 것도 내비친다.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어 지방선거는 ‘이길 수 없는 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승리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돈 얘기를 꺼낸다.

“돈을 줘야 한다. 돈만 있으면 경공모 회원들로 조직을 꾸미는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해당 녹취록은 경찰이 드루킹의 여론조작과 자금흐름을 추적 중인 시점에 공개돼 파장이 예상됐다. 그러나 언론은 잠잠했다. 드루킹 사태를 파헤쳐온 TV조선마저 해당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보수성향의 1인 방송 ‘신의 한수’는 1일 ‘드루킹 충격의 녹취록,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 편을 통해 녹취록 공개 이후 침묵하는 언론의 행태를 꼬집었다. 제작진은 “드루킹 녹취록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이를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행태도 충격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최근 느릅나무 출판사 무단침입으로 압수수색 위기를 맞고, 회사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TV조선이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언론들이 무언의 강한 압박을 받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한 중견언론인은 “지난 2014년 세계일보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직후 청와대가 세계일보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압수수색했다”면서 “언론들이 유사상황을 우려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자체 수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수사하는 보안부서를 넘어 정보부서로까지 확대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에 수사관들을 보내 과거 보고 문건과 PC 저장 자료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경찰청 로비.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공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자체 수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수사하는 보안부서를 넘어 정보부서로까지 확대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1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에 수사관들을 보내 과거 보고 문건과 PC 저장 자료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경찰청 로비.

◆ 수사 본격화 발표 후 압수수색 당한 서울경찰청

지난달 25일 검찰은 드루킹 계좌에서 8억원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모두 강연료와 비누를 판 돈이며, 정치권에서 유입된 돈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경찰은 ‘8억의 흐름을 다시 밝힌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하고 “이번 주부터는 추가 범죄 혐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관련 수사가 본격화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5월 5일 ‘드루킹측 계좌에서 8억원의 불명확한 자금 흐름이 확인되고 특정후보를 위해 글을 쓴 대가로 의심된다’며 김씨와 경공모의 자금관리책 김모(49, 필명 파로스)씨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것과 관련, 해당사건의 통화 및 계좌내역을 검찰로부터 건네받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드루킹 수사 본격화를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1일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2012년 경찰의 ‘댓글공작’ 의혹을 조사하는 경찰 수사단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수사단은 2일에는 경찰청 정보국까지 압수수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경찰에 의한 경찰 수사압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5.1

◆ 야3당, 특검도입 주장… 내로남불 민주당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1일 “과거 민주당이 요구한 특검은 전부 이뤄졌다”며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특검 수용을 민주당에 촉구했다.

그는 특히 ▲BBK 특검 ▲디도스 특검 ▲내곡동 사저 특검 ▲국정농단 특검 등을 거론한 뒤 “청와대와 민주당은 자신들이 불법 여론조작 사건의 피해자라고 한다”며 “특검을 도입해 진상을 규명하면 피해자의 억울함이 풀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5일 민주당이 야권의 드루킹 특검 도입 주장에 대해 “야권의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어이없다는 느낌이 든다. 대선 승리만 하면 과정의 위법은 모두 덮어둬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히고 “내가 대선에 이겼으니 아무도 시비 걸지 말라는 식의 민주당 대응은 오만하기 그지없는 국민 무시 태도”라며 “그렇다면 박근혜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은 왜 5년 내내 집요하게 공격했느냐”고 꼬집었다.

현재 여당은 드루킹 사건은 개인의 여론조작이라 국정원 여론조작과는 수위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드루킹이 정치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발견된 이상 같은 맥락에서 사안을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 되짚어보는 드루킹 사태… ‘청와대’로 번지나

여당 압박카드가 된 드루킹 사태의 발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여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민주당은 네이버 등 포털 기사에 달린 문재인 정부 비판 댓글의 추천수를 높이기 위해 ‘매크로’가 불법 사용된 정황이 짙다며, 해당 사례를 수집해 지난 1월 3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매크로 활용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3명이 민주당 당원으로 밝혀졌다.

그중 김씨는 인터넷에서 ‘드루킹’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현 여권 성향의 유명 블로거였다. 그는 2014년부터 소액주주 운동을 목표로 내건 회원수 2500여명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도 운영했다.

단순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으로 보였던 드루킹 사건은 지난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 김씨가 대선정국에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국이슈로 부상했다.

14일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가 지난 대선 당시 자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알리는 온라인 활동을 벌인 뒤 자신에게 무리한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반감을 품고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현 정부를 악의적으로 비난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거론되자 사태는 야당 공세로 번졌다.

그러나 김 의원의 주장과 달리 상호 문자를 주고받은 정황이 나오고, 김씨 등의 계좌에서 김 의원 측에 정치후원금 500만원이 입금된 것도 파악됐다. 김씨가 정치브로커로 활동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또 김씨 등의 휴대전화 분석 과정에서 현 청와대 인사와도 연락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이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한 시점이 문재인 후보를 돕던 대선 전인지, 지난 1월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시점까지 지속됐는지에 따라 사건의 파장이 청와대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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