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장르 불문 多 작품 통해 스펙트럼 넓혀와

첫 악역 ‘양훈’으로 분해 연기실력 뽐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2년 ‘백야’로 데뷔한 이이경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공조’ 등을 통해 차곡차곡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의 활약은 브라운관에서도 드러났다. 이이경은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1992년의 주인공 ‘선우(이진욱 분)’ 친구 ‘한영훈’으로 분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단순무식한 공대생 ‘고독재’ 역을 맡아 장발을 휘날리며 대체 불가한 코믹 감초로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이이경이 영화 ‘괴물들(감독 김백준)’을 통해 그동안 저장한 연기 실력을 뽐낸다.

영화 ‘괴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소년 ‘재영(이원근 분)’과 원하는 건 어떻게든 가져야 하는 소년 ‘양훈(이이경 분)’, 두 소년 사이에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 ‘예리(박규영 분)’ 등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10대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그린 청춘 누아르다.

이이경은 일인자 ‘용규’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대신해 학교라는 전쟁터에서 다른 친구들을 짓밟으며 살아남으려는 교내 이인자 양훈 역을 맡았다.

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개봉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이경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번 영화로 처음 악역을 맡은 이이경은 거칠고 난폭한 카리스마로 미숙한 10대 소년의 모습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만난 이이경은 맡은 배역과는 다르게 밝고 쾌활한 성향이었다.

“교복 입어서 좋았지만 결혼 얘기할 나이라 어색했죠. 그래도 교복 입고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교복을 입고 연기하는 게 좋았다는 이이경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이경은 “전엔 아침에 일어나 구독한 신문을 읽을 때 눈에 띄는 헤드라인을 보고 ‘이런 일이 있구나’ 정도만 생각했다”며 “영화를 하고 난 지금은 저희 세대와 현세대,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로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심각한 문제”라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이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지만 소재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알면서도 해결하기 힘들다”며 “그걸 영화로 작게 보여주고 방향성이 제시된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감독님과 제작사에 죄송하지만 흥행을 떠나서 스크린에서 상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성공한 거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괴물들’은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보여줍니다. 영화로 인해 학교 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올라오는 게 끝이 아니라 10대 친구들 눈높이에 맞춘 해결책이 나와야겠죠. 정책만 해법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무책임한 어른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고 실감했으면 해요.”

양훈은 재영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학생 ‘보영’의 뒤를 밟게 하고, 보영과 쌍둥이처럼 닮은 예리에게 관심을 두고 나쁜 마음으로 접근한다. 캐릭터 탓인지 러닝타임이 끝나고 극장을 나갈 때 관객은 배우 이이경이 매우 얄밉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이경은 “영화를 보고 스타일리스트한테 물어보니까 제가 너무 나쁘다더라. 영화가 어떠냐니까 제가 나쁘다는 소리만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영화 ‘괴물들’서 ‘양훈’으로 분한 이이경. (제공: 리틀빅픽처스)

 

철없는 10대 연기는 쉽지만 않았다. 그는 “촬영 때 이 친구의 힘을 보이기 위해 아침에 눈 뜨면 욕해야 하고 괴롭혀야 해서 너무 괴로웠다. 그 일이 신나면 좋겠지만 저는 너무 힘들었다. 실제 가해자 친구들은 안 지치나 생각했다”며 “방황하는 청소년을 실감 나게 연기하기 위해 최대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전사나 후사 없이 10대들이 가지고 있는 가벼움을 보이려고 했다. 가장 간단명료하게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욕설을 잘 하지 않는 그는 유튜브를 검색해 영상을 참고했다. 이이경은 “유튜브에 영상을 쳐보니까 어떤 유튜버가 어머니랑 같이 찍으신 영상이 있더라. 어머니가 전라도 사투리로 묘사를 하시는데 인상적이었다”며 “욕을 들었을 때 기분 나쁜 것보다 재미있게 하고 싶었다. 10대들이 뜻 모르는 욕을 막 하는 것처럼 말 안 되는 욕을 많이 했다. 현장에선 다 웃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시면 ‘나의 10대 나는 어땠는가’ ‘내가 잘 했는가’ ‘나는 어디에 속해있는가’ 등을 생각하게 되실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저도 이런 생각도 얘기도 못 했겠죠. 정말 단 한분이라도 뉘우치거나 깨달음을 얻는다면 이 영화를 한 보람이 느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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