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함께성장 중소벤처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구직자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근본원인 분석 없이 재정투입으로 문제 해결하려 하면 안돼”

노동시장유연성확대, 사회적안전망 구축, 교육방식전환 충고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정부는 청년실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관련 재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년일자리 점검회의 후속조치로 일자리예산 19조 2000억원 중 14.5%인 3조원을 일자리 조성에 지원하고 기금사업비를 20% 범위에서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러나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재정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용률·실업률 등 단기적인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이 기존 근로자에게 유리하고 신규 근로자에게 어려운 형태”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해 새로 취직하는 사람이 불리하지 않도록 정규직의 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해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대졸자 비중이 높아서 청년취업을 어렵게 한다. 등록금 인하 등 대졸자가 누리는 정책보단 고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학력을 중시하는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중·장기적인 대책”이라며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청년 일자리 예산. (출처: 기획재정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9
청년 일자리 예산. (출처: 기획재정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19

윤 본부장은 “정보가 부족해 (일자리) 미스매치 때문에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고용서비스를 통해 (취업)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대졸자가 정보 부족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점을 매치시키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로 청년들이 대기업에만 몰리고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청년실업 문제는 일반실업 문제와 달리, 고학력이라는 특성이 있다”면서 “고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들이) 자신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취업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실업난으로 인해 피폐해 가는 청년의 삶을 최소한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취업에 실패한 후 재기(再起)를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팀장은 또 “문재인 정부가 공공일자리 창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민간일자리 질의 개선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등을 적극 밀고 있는데, 청년들이 임금격차 때문에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조직문화 등을 개선해야 청년실업을 실효성 있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구조 문제나 교육방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력사업이 제조업이었는데, 지난 25년간 제조업의 역할이 쇠퇴하며 제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깨졌다”고 청년실업의 원인을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우리 사회의 교육이 제조업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이었기 때문에 청년들이 졸업하고 나서 갈 곳이 없다”며 “지금 대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상사가 주는 일만 복종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며 교육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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