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가 청년구직자의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9일 시청 로비에서 ‘제조업 중심 청년 일자리 박람회’를 열었다. 이날 700여명의 청년들이 참여해 업체마다 설치된 부스를 꼼꼼히 둘러보며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듣고 현장에서 진행되는 면접을 보고 있다. 이날 박람회는 ‘2017경기도 일자리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루다를 비롯해 ㈜선익시스템, 영광ENG 시와 수원 인근 도시에 있는 우수 중소제조업체 35곳이 참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청년 일자리 박람회. ⓒ천지일보(뉴스천지)DB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커

임금평준화, 지원서 몰림 방지

열정페이 힘들어 공무원 준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역대 최고 수준의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이 높은 취업 장벽을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지난해 청년 체감실업률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자리 문제는 청년에게 관심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을 지난 15일 만나 ‘청년 일자리’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대학 졸업 후 카페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했던 박주옥(28, 여, 서울 서대문구)씨는 2년 전 퇴사하고 취업 준비에 들어갔다. 박씨는 서울시가 주최하는 뉴딜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청년 취업이 안 되는 게 통계로 나오는 것처럼 사실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친구가 지난해 하반기 공채 때 입사 서류를 40개 가까이 작성했는데 그중 통과된 곳은 1~2곳밖에 없었다”며 “학교도 서울이고 스펙도 나쁜 편이 아니었는데, 그런 얘길 듣자마자 ‘취업난이 정말 심각하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업준비생(취준생)에게 맞는 직무 찾아주기 프로그램과 해당 직무에 대한 훈련 및 상담 진행, 인턴활동 기회 제공 등 다양한 기회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전자에서 에어콘 방문수리기사로 일하다 그만둔 강동우(27, 남, 서울 용산구)씨는 직무 상담을 받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등록 신청을 했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쉽게 찾지 못했다.

강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현장실습도 여러 번 나간 적이 있었는데, 막상 인턴교육을 받으니 너무 어려웠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과 회사에서 필요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안서현(24, 여, 서울 송파구)씨는 “공연 기획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지만, 채용 공채가 거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음악·예술 분야 쪽은 인맥이 영향력을 더 미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졸업했다는 염진아(26, 여, 서울 금천구)씨는 일자리박람회 등을 찾아다니거나 주변 친구의 조언을 들으며 취업전선에서 홀로서기 중이라고 했다. 염씨는 임금평준화를 통해 대기업으로 서류가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구들이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입사서류를 20개 가까이 작성하면 1~2곳만 통과되거나 심할 경우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봉·대우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게 힘들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캐릭터·광고디자인을 전공한 황다연(28, 여, 서울 강남구)씨는 “관련 전공을 배운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많이 경쟁력이 너무 세다”며 “그래서 가끔 ‘내가 재능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사라진다. 살아남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공무원 학원에서 만난 정수영(27, 여)씨는 학원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매일 수업시간 전까지 영어, 국어 등 시험 과목별로 자습을 한다. 점심시간에는 김밥이나 빵으로 간단히 때울 때가 많다고 했다.

정씨는 “3년 정도 디자인 분야에서 열정페이를 하며 일을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주변 친구가 인턴이나 기간제 등을 전전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변윤화 잡코리아 경인지사 교육기획팀장은 “청년들도 직무에 대한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직무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낀다”며 “심지어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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