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평창올림픽보다 대한민국 땅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이른바 ‘백두공주’와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일거일동이 더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여정이 누구인가? 김여정은 현재 북한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김정은 다음의 사실상 2인자이다. 지난 2.8절 열병식에서 다시 보여주듯 그는 북한의 거대한 정치행사를 주무르는 연출자이며 동시에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런 김여정이 6.25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백두혈통’ 당사자로 대한민국 땅을 밟았으니 국민들의 관심이 지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10일 서울 방문에 대한 소감을 묻자 “낯설지가 않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저녁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최로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최문순 강원지사가 서울 방문이 처음이냐고 묻자 “처음입니다”라고 답했다. 최 지사는 이어 서울이 어떠냐고 대화를 이어갔고 김 제1부부장은 “낯설지가 않다”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은 추위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별로 춥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와인색 재킷과 검은색 정장바지 차림으로 만찬에 나왔다. 마른 체형인 김 제1부부장의 배가 조금 나와 있었고 김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 모두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었다.

동석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다시 한번 동계올림픽대회가 성황리에 훌륭히 진행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북남, 해외 온 겨레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대성황리에 개최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민족의 화해와 단합, 북남관계 개선 강화,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단합과 조국 통일이 꼭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그런 신심을 받아 안고 앞으로 평양으로 가게 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찬에는 김 제1부부장과 김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모두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 집권 후 국방위 서기실장으로서 첫 비서실장 역할을 한 김창선도 참석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직책상 김창선 밑에서 일하면서 교육을 받다가 노동당 서기실장을 맡아 오빠인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창선은 우리측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북측 최 위원장 사이에 자리했다. 김창선은 김 제1부부장 등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할 때도 동행했다.

우리 측에서는 조 장관과 천 차관, 최 지사 말고도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만찬에 참석했다. 만찬 메뉴로는 훈제 연어와 아스파라거스 크림수프, 한우 안심 스테이크, 왕새우구이, 강릉 교동 한과 등이 나왔다. 오후 6시 23분께 시작된 만찬은 오후 8시가 조금 넘어 끝났다. 이날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만찬장이 있는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미국 올림픽위원회 관계자 20여명이 단체로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다가 ‘귀빈이 와서 잠시 후에 내려가 달라’는 우리 측의 요청으로 잠깐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의 형식상 국가수반 김영남은 시종일관 감격스러운 언사들을 많이 쏟아 놓았다. 과연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발전상은 경이로움의 경지를 넘어섰을 것임이 분명하다. 바로 김일성 주석이 건설하고자 했던 ‘지상락원’이 오늘의 서울의 모습이며 대한민국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 역시 경이로움의 눈초리를 감출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여정과 김영남의 한국 방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평양으로 돌아가는 즉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2박 3일의 대한민국 방문 순간들을 낱낱이 보고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정말 너무 뒤떨어져 있습니다. 우리도 대한민국을 따라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여정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그의 눈에 비친 서울이 낯설지 않은 연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가 유년시절 유학한 스위스라는 선진국가와 오늘의 서울이 영락없이 닮았다는 표현이며 그래서 그는 ‘천당’을 다시 보는 행운을 누리고 돌아간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들고 온 친서에는 조속한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열자는 김정은의 의지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못할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한반도의 주체국가이다. 북한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통일국가는 대한민국이 이끌어가야 한다. ‘모범답안’을 바라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눈이 유난히 반짝인 이유를 우리 모두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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