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남북은 지난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접촉에서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 파견과 서울·강릉 공연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남측 대표인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는 예술단 실무접촉 후 서울 종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140여명 구성에 대해 “오케스트라는 80명이며, 노래와 춤 등이 합쳐 140여명”이라고 했다. 예술단이 관현악단 80명과 가무(歌舞)단 60명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예술단 140여명은 북한의 예술단 파견 사상 최대 규모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 8월 남북교향악단 합동공연 당시 조선국립교향악단 허의복 단장 등 북측 인원 132명이 내려온 게 가장 규모가 컸다. 예술단에 대표단, 응원단 등을 합친 전체 방문단 규모도 역대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의 미녀응원단 230명, 조총련 응원단 250명 등 응원단 수만도 500여명이 될 것 같다. 응원단과 예술단의  다수는 평양 출신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출신 성분과 사상이 검증된 인원을 선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지난 16일 “북한 내부적으로 이미 선발작업에 들어가고 남한 사회 분위기에 물들지 않도록 방남 전 오리엔테이션도 진행할 것”이라며 “과거 응원단의 경우 상당수가 인민보안성 소속 여성이었고 방남 응원단의 모태가 된 것이 인민보안성 소속 취주악단”이라고 말했다. 인민보안성은 치안 유지를 주 임무로 하는 북한의 국가기구로, 우리의 경찰청에 준한다. 국무위원회 직속기구로 국가보위성, 인민무력성과 함께 3대 체제보위기구로 꼽힌다. 인민보안성 소속 여성 취주악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각종 국가행사에 주악(奏樂)을 전담하기 위해 조직됐다.

북한은 과거 세 차례 응원단을 파견했다.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는 만수대예술단과 평양교예단 등에 소속된 288명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150명이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이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는 대학생 200여명과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 100여명, 모두 306명이 응원단으로 파견됐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대회에는 청년학생협력단 자격으로 금성학원 소속 124명이 남녘을 밟았다. 여기에는 현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국내 매체 카메라에 포착된 북한 응원단 사진에는 리설주의 앳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평양에 있는 금성학원은 북한 전역에서 춤·노래 등에 재능 있는 인재를 뽑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금성학원 출신 탈북민은 “북한에서는 예술단 단원에 최고위층·고위급 자제들은 배제된다”며 “고위층 자제들은 재능이 있다 해도 춤과 노래, 악기연주를 배우는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탈북민은 “평창에 파견되는 응원단이나 예술단에 평양종합예술학교 소속 학생도 많이 포함될 텐데 예술교육기관 재학생의 가정 배경을 보면 주로 순수 농민이거나 순수 노동자 계급이 많다”며 “만에 하나 고위층 자제가 남한에 왔다가 불상사라도 생기면 관련된 사람들이 처벌 받을 수 있고 체제 내부적으로 수습하기도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남북관계 개선 기류는 언제든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방남단 파견 기간 남측 매체 등에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 등 김씨 3대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이 있을 경우 갈등이 야기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1990년 10월 평양(11일)과 서울(23일)에서 차례로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가 대표적이다. 북한 선수단이 판문점을 넘어 서울에 도착한 21일 밤 11시 북한은 갑자기 일정 협의를 위한 연락관 회의 취소를 통보해 왔다. 축구 경기 자체도 취소할 수 있다는 으름장까지 놨다. 그날 밤 KBS드라마에 김일성 주석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새벽 2시쯤 당시 정동성 체육부 장관이 직접 차를 몰고 북한 선수단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가 꼬박 밤을 새워가며 북측을 이해시켜야 했다. 오늘의 영부인 리설주는 15살이던 지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응원단으로 왔던 경험이 있다. 오늘 북한의 지도자와 부인은 자본주의 선진국을 두루 경험한 세대인 셈이다. 이번 미녀응원단에서 또 어떤 인물이 나올지 궁금해지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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