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석 달 만에 해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이 회장이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출처: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차명계좌 자산 규모 ‘4000억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조세 포탈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회장은 차명계좌 260개를 통해 82억원의 조세를 포탈했으며 이 계좌들의 자산 규모는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삼성그룹이 임원들 명의로 다수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회장과 사장급 임원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 혐의로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8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삼성 총수 일가 자택공사와 관련한 횡령 혐의를 수사하면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다수 존재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회장의 탈세 행위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을 해왔던 경찰은 국세청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과 그룹 자금담당 임원 A씨가 그룹 임원 72명의 명의로 차명계좌 260개를 만들고 자금을 관리하면서 지난 2007∼2010년 이 회장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82억원 상당의 세금을 탈루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번에 발견한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지난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2011년 해당 차명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해 세금 1300억여원을 납부했고, 2014년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삼성 측은 차명계좌 자금의 정체에 대해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을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특검 당시 이들 계좌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임원들은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자료를 분산 보관하다 깜박하고 제출하지 못했고, 이후에는 엄두가 안 나 국세청 신고가 늦어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이 회장이 의식불명 상태여서 진술이 어렵다고 의료진이 확인함에 따라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회장을 시한부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