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경제개혁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경제개혁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6

민변-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항소심 판결 규탄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재용 항소심 판결을 통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부조리가 또다시 드러났습니다. 이번 판결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재벌 봐주기 공식의 반복일 따름입니다. 2심 재판부는 재벌을 비호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정의를 저버렸어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가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 규탄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오후 이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4명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항소심 판단에 대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 이래 10여년간 삼성이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각종 작업을 해왔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은 우리 사회에 이미 알려진 주지의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안종범 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에 대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선 “어떤 진술을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할 땐 그 진술이 전문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을 했다는 것 자체 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게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이 사건에서 업무수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이 부회장에게 수첩에 기재된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본래증거로 당연히 증거능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원과 최순실씨 측에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 사용이익만을 뇌물로 판단한 것에 대해 “특경법상 횡령금액이 50억원을 넘는 경우 법정형이 5년 이상 무기징역이기에 양형의 범위가 넓어지는데, 2심은 ‘사용이익을 산정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사용이익을 횡령금액에서 제외해 총 횡령금액을 36억 3484만원으로 제한했다”며 “형량이 높은 특경법상의 50억원 이하로 횡령액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사용이익의 산정노력을 하지 않은 게 아닌지 의심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무죄로 본 것에 대해 “마필 구입 및 차량 구입이란 예금거래 신고 자체는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범죄에 해당하는 이상 ‘법령을 위반하여’ 재산을 도피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2심의 논리대로라면 해외의 부동산을 뇌물로 제공하려고 ‘주택 구입을 위한 대금 지급’이라고 예금신고만 한다면 재산국외도피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2심 논리대로라면 해외를 통해 뇌물이 제공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판결도 사실상 ‘3.5룰(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고 하는 재벌총수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위한 결론을 염두에 두고 공소사실을 최대한 제한적으로 인정하려고 한 판결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범죄를 엄단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진실을 저버리고, 법치주의를 농단하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말았다. 국민이 사법부를 바라보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의 최대현안은 삼성그룹 지배권을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는 것이었고,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집권기간 그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뒷거래를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제일 대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획득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전원 교수는 “이 사건을 주시한 다수 국민의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은 어떠한 법리를 동원하더라도 잘못된 판결일 가능성이 높다”며 “헌법적으로는 국민이 사법부에 위임한 재판권을 적정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형사재판에 있어 유·무죄 인정이나 양형에서 법관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평등원칙에 위배해 남용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정연순 민변 회장은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과 정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어제의 판결은 정의가 무너졌다”며 “간교한 법리는 역사와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를 거슬러서도 안 되고 거스를 수도 없다. 국민과 역사 앞에서 바로잡힐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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