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처리 전(왼쪽)과 복원처리 후의 경복궁도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복원처리 전(왼쪽)과 복원처리 후의 경복궁도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서울역사박물관 ‘경복궁도’ 족자 원형 복원
‘충순당·친잠비’ 등 전기 건물 다수 확인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임진왜란으로 소실되기 이전 경복궁 내 건물(전각)들의 모습을 담은 ‘경복궁도’ 족자가 원형 그대로 복원됐다. 복원된 경복궁도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조선전기 경복궁 건물이 다수 확인됐다. 수차례 발생한 전란으로 우리 문화유산은 불타거나 파괴된 만큼 옛 모습을 담은 고지도는 역사적 가치가 크다.

◆한양 으뜸 궁궐 ‘경복궁’

7일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복원된 ‘경복궁도(족자: 세로127.6㎝,가로 71.3㎝, 그림:세로 102.7㎝, 가로 71.3㎝)’는 바탕 재질이 종이로 구성돼있다. 쪽색 종이로 장식해 상·하축을 달아 제작한 족자 형태의 필사본 고지도다. 이 족자는 경복궁 중건을 위해 임진왜란 이전의 모습을 고증하기 위해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복궁은 1395년 태조 이성계에 의해 세워진 조선왕조의 법궁이다. 5대 궁궐 중 으뜸의 규모와 건축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정도전이 지은 경복궁이라는 뜻은 ‘새 왕조가 큰 복을 누려 번영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곳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전소됐고 이후 270여년간 복구되지 못하고 방치됐다가 1867년에 이르러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중건됐다. 당시 경복궁에는 500여동의 건물들이 들어선 웅장한 모습으로 궁궐 안에는 왕과 관리들이 정무를 보던 외전과 관청들, 왕족과 궁인들의 생활을 위한 내전과 건물들, 휴식을 위한 정원 시설을 조성했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고 1911년 경복궁 부지의 소유권은 조선총독부로 넘어갔고, 1915년에는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한다는 명목으로 주요 전각 몇 채를 제외하고는 90% 이상의 전각이 헐렸다.

이렇다보니 이번에 복원된 경복궁도는 조선 전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족자에는 1770년 영조가 세운 ‘친잠비’가 표시돼 있다. 친잠비는 영조 43년(1767)에 왕비가 경복궁 안에 친히 누에를 쳐 채상례를 행하고 ‘정해친잠’이라 이름 지었는데, 영조 46년(1770)에 임금이 ‘정해친잠’ 4글자를 직접 쓰고 해당관청에서 돌에 새겨서 비를 제작했다.

경복궁도에는 ‘충순당(忠順堂)’도 표시돼 있다. 충순당은 조선 시대 경복궁 후원에 있던 전각의 하나다. 문종실록(문종 즉위년 6월 25일)에 따르면, 임금이 경복궁으로 돌아와 충순당에 들었다. 충순당은 궁장 밖에 있어 대내와 서로 막혔는데, 이때부터 상을 마칠 때까지 궁중에 들어가지 않고 항상 이 당에 거처했다고 기록돼 있다.

기존의 경복궁도와 달리 전각 명칭 밑에 전각 기능이 적혀 있다.(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기존의 경복궁도와 달리 전각 명칭 밑에 전각 기능이 적혀 있다.(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2.8

◆전각 명칭 아래 기능도 적혀

복원된 경복궁도의 특이한 점은 다른 경복궁도와 달리 전각 명칭 아래에 전각 기능이 적혔다는 것이다.

박현욱 학예연구부장은 “경복궁의 법전인 ‘근정전’ 글자 아래에는 ‘조하 의례를 받는 곳’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며 “‘사정전’ 아래에는 ‘날마다 정사를 돌보는 곳’이라고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0여개의 경복궁도가 존재하지만 기존의 것은 상세하게 표시해 놓은 게 아니라 근정전·사정전·강녕전 등 경복궁 주요 건물 위주로 그려 넣었다”며 복원된 경복궁도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또한 경복궁도는 보통 액자나 족자, 두루마리로 만들어지는데 복원된 경복궁도는 기존의 것과 달리 원래부터 족자 형태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경복궁 광화문 현판은 내년 상반기에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에서 검은색 바탕에 금박으로 바뀔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고종 연간인 1860년대 제작된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자임을 확인하고 전문가들이 참가한 자문회의를 거쳐 현판의 바탕색과 글자색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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