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규제 혁신은 혁신 성장을 위한 토대”라며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 규제 때문에 4차 산업혁명 분야를 할 수 없다거나 세계 경쟁에서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신제품·신기술 출시 때 선(先)허용, 필요시 후(後)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 도입”도 강조했다. 반(反)기업 정책으로 위축된 기업들은 정부가 경제 활력을 불어넣을 규제혁신에 적극 나선다니 무척 반기는 기색이다.

발표한 내용을 보면 크게 3대별하여 규제를 혁신하는 것이다. 첫째는 금지되지 않은 사업은 도전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다. 재계는 “네거티브 규제를 하겠다는 원칙만으로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반기고 있다. 두 번째는 모든 산업에 한번에 네거티브 원칙을 도입할 수 없어 우선 신산업·신기술 38개 분야에 대해 ‘우선 허용, 사후 규제’로 규제 패러다임을 바꾼다. 시행령으로 처리할 수 있는 27건은 3월까지 완료하고 법적 근거가 없거나 애매해 묶여있는 산업현장의 ‘철 지난 대못’ 규제 89건도 푼다. 세 번째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신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 적용을 유예시켜 주는 제도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6대 선도 분야(초연결지능화, 핀테크, 자율주행차, 에너지, 드론, 스마트시티) 규제부터 개선하기로 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규제혁신은 역대 정권 초마다 강조했으나 규제가 줄기는커녕 되레 늘기만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봇대를 뽑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암 덩어리’를 도려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반(反)기업 정서가 강하고 규제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보다 많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약속한 ‘혁명적 규제혁신’을 구호가 아니라 실행해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보수정권이 추진했던 규제혁신 법안이라도 그 내용이 옳다면 지지층을 적극 설득해서 해결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수많은 규제를 친기업 정서의 보수정권들도 실패했지만 문 대통령이 규제혁파를 실행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바꾼 역사에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중국 사례도 음미해볼 만하다. 중국은 우리보다 먼저 신제품과 신기술은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 체계를 전환했다. 그 결과 스타트업이 1년에 1만개 넘게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이 4000여 곳인데 중국 기업이 1379개에 달한다.

강한 의지로 부단히 개혁해 나가지 않으면 과거 오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마다 초기에는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실패한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실패한 원인은 규제 원천인 법규 자체가 열거식이고 무분별한 입법으로 덩어리 규제가 양산된 탓이다. 당장 규제 해소를 위해 손봐야 할 법률만도 수백 건에 이를 정도다. 기득권의 반발과 저항도 이겨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개혁의 속도와 범위다. 문재인 정부가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 성공하려면 개혁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신속히 해야 한다. 또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핵심 규제들을 건드려야 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들은 토지와 자본, 노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얽매여 수도권 투자를 억제하면 공장과 일자리는 국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높은 집적효과를 누릴 수 있는 수도권 투자를 활성화하고 그에 따른 이익을 지방과 공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어렵게 하는 노동시장 규제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번 규제 완화책이 일회성 이벤트나 현 정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거나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도 규제 개혁이 후퇴하거나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규제 개혁 시스템의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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