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요즘은 친자 확인이나 범인 식별에 유전자 감식이 도입돼 이용되고 있지만, TV에서 혈액형 분석을 통해 친자를 확인하는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던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가 A형이고 어머니가 B형인 집안에서는 어떤 혈액형의 자손이 태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알기 위해서는 혈액형의 유전 현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 세포의 핵 안에는 46개(2n=46)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이 염색체들은 22쌍(44개)의 상동염색체(相同染色體)와 한 쌍의 성염색체(性染色體; 여성 XX, 남성 XY)로 구분이 되는데, 각 쌍의 염색체는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받은 것이다. 

상동염색체에는 같은 위치(locus)에 형질을 발현하는 유전자가 쌍으로 존재하는데, 이를 대립유전자(對立遺傳子, allele)라고 부른다. 대립유전자는 상동염색체 상에 쌍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두 개의 문자로 나타낸다. 

우리나라 사람의 ABO식 혈액형 분포는 A형 34%, B형 27%, O형 28%, 그리고  AB형이 11%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A형, B형, AB형 및 O형으로 구분되는 혈액형은 다른 형질들과 마찬가지로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각각 하나씩 물려받는 대립유전자에 의해 발현이 된다. 

일반적으로 대립유전자는 우성과 열성으로 구분이 되는데 비해 ABO식 혈액형에서는 우성과 열성이 두 가지가 아니라 복대립유전자라고 부르는 A, B 및 O의 3가지 유전자에 의해 발현이 된다. 이 유전자들의 우열관계에서 A와 B 유전자는 우열관계가 없는 공우성(共優性)으로 O 유전자에 대해 우성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혈액형 유전자로 표기할 때 A형은 AA와 AO, B형은 BB와 BO, AB형은 AB 그리고 O형은 OO로 나타낸다. 

서두의 “아버지가 A형이고 어머니가 B형인 집안에서는 어떤 혈액형의 자손이 태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집안에서 A형인 아버지의 유전자형은 AA나 AO가 되며, B형인 어머니의 유전자형은 BB나 BO가 된다. 

아버지가 AA이고 어머니가 BB일 경우, 아버지로부터 A 유전자, 어머니로부터 B 유전자를 물려받게 되어 모든 자손은 AB형(유전자형 AB)으로 태어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형이 각각 AA와 BO일 경우 AB형(유전자형 AB)와 A형(유전자형 AO)의 자손이 태어나며, 아버지가 AO 어머니가 BB일 경우에는 AB형(유전자형 AB)과 B형(유전자형 BO)의 자손이 태어날 수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형이 각각 AO와 BO일 경우에는 자손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A나 O 유전자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B나 O 유전자의 조합에 의해 AB형(유전자형 AB), A형(유전자형 AO), B형(유전자형 BO) 및 O형(유전자형 OO)이 모두 태어날 수 있다.   

수혈도 혈액형과 관련돼 있다.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에 분포하는 응집원과 혈청 내의 응집소의 유형에 따라 결정이 되는데, A형은 응집원 A와 응집소 베타(β), B형은 응집원 B와 응집소 알파(α)를 지니고 있으며, O형은 응집원은 없고 알파와 베타 응집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응집원 A와 B는 각각 응집소 알파와 베타와 결합하기 때문에 O형인 사람에게 A형의 혈액을 수혈하면 응집원 A가 알파 응집소와 결합해 응고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혈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공우성인 A형과 B형은 자신과 같은 혈액형과 AB형에게 수혈을 할 수 있고, AB형은 AB형에게만 수혈이 가능하며, 응집원이 없는 O형은 모든 혈액형에 수혈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격, 궁합, 적합한 직업 등에 대해 혈액형의 유전성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떠돌고 있지만 이에 너무 의존할 필요는 없다. 우리 삶에서 성격은 사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유전자는 우리 삶에 50% 정도의 영향을 미치며 나머지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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