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뮤지컬 ‘카라마조프’

 

원작,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유작

인물·조명·대사 인상적… 작품 분위기 형성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유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젊은 창작진의 손에서 뮤지컬로 재탄생됐다. 2017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 작품인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1년간 리딩공연·쇼케이스를 거친 후 정식으로 관객에게 선보이게 됐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러시아 소도시의 악덕 지주 ‘표도르’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표도르를 죽인 살해 용의자는 그의 첫째 아들 ‘드미트리’인 줄 알았으나 살인 사건 재판이 진행되면서 용의자는 점차 늘어난다. 둘째 ‘이반’과 셋째 ‘알렉세이’, 하인 ‘스메르’ 등 표도르 주변 인물에게는 그를 죽일 만한 동기가 아주 많다. 이들을 추궁할수록 사건의 진실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친부 존속살인을 다룬 원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당대 종교계에 죄와 벌, 용서와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며 인간 내면 표현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원작 내용 중 살인사건 재판 장면만 떼어 낸 뮤지컬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악인의 일생을 조명하면서 인과응보의 교훈을 준다. 하지만 극은 뻔하고 단순한 교훈을 벗어나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추악한 모습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총 1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의 소설을 압축하면서도 원작의 메시지를 유지하기 위한 창작진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뮤지컬은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라카친’ ‘무샤로비치’ ‘일류샤’ 등 인물을 빼고 표도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물만을 등장시킨다. 또 다른 사건들을 배제하고 오직 표도르의 죽음에만 집중해 진실을 밝혀낸다. 덕분에 관객은 잘 짜인 법적 추리물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받는다.

창작진은 극이 전개됨에 따라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의 아픔을 하나 둘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인물을 연출했다. 카라마조프는 러시아어로 검은 얼룩이라는 뜻이다. 표도르의 아들들은 각자의 마음속 검은 얼룩을 떨쳐내고 카라마조프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각 인물이 지닌 얼룩의 실체와 형성 배경은 구구절절 설명되지 않으나 재판 과정에서 인물들의 상처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인물 설정뿐만 아니라 조명도 극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1부는 암전 없이 장면 변환이 이뤄진다. 조명 밝기를 조절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 변환을 시도하는데, 덕분에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추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 초록빛의 핀 조명을 사용해 망자 표도르와 살아 있는 주변인들을 구분한 것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그냥 했던 말인데” “잠깐 품었던 마음인데” 등과 같은 대사도 사건 해결 과정을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공동의 죄와 책임에 대한 복잡하고 미묘한 깨달음을 얻게 만든다.

이렇듯 탄탄한 구성과 연출을 보여주는 창작 작품임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바로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불리는 넘버다. 이유정 작곡가가 만든 클래식 베이스의 넘버와 러시아 민속 선율을 활용한 넘버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웅장하게 귀에 확 꽂히는 넘버는 1막 마지막에 전 배우가 부르는 ‘카라마조프’가 유일하다. 극의 내용에 부합하는 강력한 넘버의 부재가 많이 아쉽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카라마조프’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12

배우들은 누구 하나 못한다 하는 사람 없이 각자 배역에 무난한 연기를 펼친다. 특히 눈에 띄는 배우는 표도르 역의 이정수와 스메르 역의 김바다다. 최근 JTBC 팬텀싱어2에 출연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기량을 보여준 배우 이정수는 악덕하고 자기밖에 모르며 누구에게나 공분을 살 만한 인물을 잘 표현한다.

리딩공연 때부터 정식 공연까지 함께한 유일한 배우 김바다는 극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나 2부에서는 섬세한 감정변화를 보여주며 원년 멤버의 진가를 발휘한다.

젊은 창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한 자리서 볼 수 있는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오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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