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모습. 이 사고로 1445명의 사상자가 났다.
지난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모습. 이 사고로 1445명의 사상자가 났다.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제천 화재까지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

잠겨진 비상구, 소방도로 불법 정·주차… 변하지 않는 모습

전문가 “정부, 재난대비 매뉴얼 제공하고 교육해야”

꾸준한 안전사고, 교육·훈련으로 방비해야 할 것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지난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비롯해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 수원 광교 화재, 서울 강서구 크레인 사고 등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또 큰 인명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포항지진으로 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큰 피해를 받기도 했다.

이런 사건사고의 언론보도 이후 항상 따라오는 단어는 ‘안전불감증’이다. 안전에 대한 의식만 있었다면 이만한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천 사고는 화재우려 경고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배관에 ‘열선’을 감으며 일어난 화재이며, 강서구 크레인 사고는 건축 폐기물이라는 연약한 지반 위에 크레인을 설치하면서 벌어진 참사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안전불감증은 안전에 대한 원칙을 지키면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참사들로 인재(人災, 사람이 원인인 재난)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안전사고들은 어떻게 방비할 수 있을까. 

◆끊이지 않는 건축물 붕괴사고

성수대교·삼풍백화점·와우아파트, 한국 역사상 최악의 건축물 붕괴사고로 기억되는 이 사건들은 동시에 대표적인 안전불감증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6.25 전쟁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꼽힌다. 삼풍백화점 참사 20주기를 맞이한 지난 2015년 당시 구조 활동에 참가했던 소방대원들은 삼풍백화점을 기점으로 재난 사고에 대응체계가 본격적으로 수립됐지만,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잘 적용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삼풍백화점 임원진들은 붕괴 두 달여 전부터 백화점 벽면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징조가 있음에도 손님의 눈을 가리고 영업을 강행하며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의 참사를 내고 말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기점으로 정부는 여러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런 과거의 큰 참사에도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의 원인으로 재난과 재해는 '반복된다'는 인식이 부족한 점을 꼽는다. 재난이 반복된다는 생각을 할 때 방재전문인력과 기구를 양성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지만, 반복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일회성 방비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는 사고 때마다 외주 전문가를 섭외해 진단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면서 대책을 세우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의 안일함과 이에 대한 대비책 부족이 재난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큰 사상자 속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지난해 12월 25일 화재로 전소된 제천 스포츠 센터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5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지난해 12월 25일 화재로 전소된 제천 스포츠 센터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25

◆민간업소 화재 대비는 여전히 미비

대구 지하철 참사와 숭례문 화재 등을 겪으며 공공시설에 대한 화재 대비는 엄격한 편이지만, 제천 스포츠센터 같은 민간 다중이용 업소의 화재 대비는 미비하기만 하다.

하지만 소방관련 법령에 따라 소방 설비를 비치하고 비상구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2층 비상구 입구에는 목욕 물품을 쌓아둬 사람이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 그마저도 비상구가 잠겨있어 미처 대피하지 못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또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워둬야 할 소방도로에 불법 주차한 차량도 큰 참사로 이어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방도로 확보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과 지역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학교 운동장이나 학교 운동장 지하, 교회 공터 등을 시간에 따라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 등을 통해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또 스프링클러, 비상구 등에 대한 정기점검도 강화돼 화재 시마다 같은 원인으로 사상자가 속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진에도 대피 막은 교사

이런 안전불감증은 자연재해가 덮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15일 수능 전날에 포항에서 규모 5.4의 전례 없는 지진이 일어났다. 포항지진의 경우, 큰 인명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오히려 우리 국민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포항 학생들은 세월호 당시 ‘자리에 있으라’라는 방송만 철저히 믿고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에게서 받은 교훈으로 지진의 조짐이 느껴지자 곧바로 대피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의 대피를 막고, 대피한 학생에게 벌점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단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들도 지진 당시 “지진을 느끼면서도 손으로 일하던 페이지가 날아갈까 봐 저장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고 한탄한 바 있다.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의 경우 지진 시 사상자 발생의 주원인이 '압사'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평소 가구배치를 매우 중시한다. 특히 책장은 고정하고 무거운 책을 아래에 놓는 등 책장이 넘어져서 대피로를 막는 등의 2차 피해에 대비한다. 이밖에도 유리파편이 들어가지 않게 신발을 뒤집어 놓는 것도 일상화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진도가 경미할 경우에는 일단 테이블 아래 숨어 머리를 보호하는 등 지진 규모에 따른 기본교육과 지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2007년 강릉 인근에 발생한 지진으로 당시 정선과 평창에도 지진파가 전해진 기록이 있는 만큼 평창동계올림픽 체크 항목에 지진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지난 1994년 무너진 성수대교.
지난 1994년 무너진 성수대교.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안전사고 예방 포스터와 표어에 쓰이는 단골 문구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안전불감증은 하루 이틀 만에 고칠 수는 없어 보인다.

공하성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진 대응에 대해 “먼저는 매뉴얼을 잘 홍보하고 사람들이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진 발생 시 단계적인 대처 방법을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위험성에 대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며 “재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알려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회사와 대학 등에서의 재난 대응법 교육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재난 대응 매뉴얼을 공급받아 회사 내부에서 이를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에서 재난대비 안전점검을 위한 ▲태풍·호우 ▲대설 ▲화재 ▲전기·가스 ▲건축물·시설물 붕괴 등 각종 재난 사태에 대비해 우리가 점검해야 할 리스트를 확인 할 수 있다. 이 점검리스트 결과에서 자기의 재난대비 점수를 알려주고, 재난 인식 수준을 재정립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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