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안에 설치된 이재민들을 위한 텐트. ⓒ천지일보(뉴스천지)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안에 설치된 이재민들을 위한 텐트. ⓒ천지일보(뉴스천지)

불편한 환경에 지친 기색 역력

컨테이너 등 임시주택 마련

지열발전소 연관성 조사 추진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이젠 아이들이 뛰어 다니거나 문을 닫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요.”

경북 포항 지진 발생 한 달을 앞둔 지난 12일.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조은호(76, 남)씨는 지진 이후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씨 부부는 한미장관맨션에 살다가 지진 피해를 입고 아직까지 집에 가지 못한 채 이곳에 머물고 있다.

흥해실내체육관에는 220여동의 텐트가 설치돼 있고 빈 자리는 없다. 이재민 중 일부가 포항시에서 배정한 LH임대아파트와 빌라 등으로 이사하면서 빈 텐트가 생기면 다른 이재민 시설에 머물던 피해주민들을 이곳에 모으고 있다.

처음 지진을 당한 피해자들이 모인 대피소는 9곳이었지만 이제는 북구 청하면 독도체험연수원과 이곳 흥해실내체육관에만 이재민이 머물고 있다.

텐트는 아파트나 동네 단위로 이웃하게 배정이 됐다. 낮 시간이어서인지 실내체육관에는 대부분 어르신들만 눈에 띄었다. 한달여 지속된 대피시설 생활에 지쳐서인지 움직임은 거의 없었고 텐트 대부분은 지퍼가 내려져 닫힌 상태였다.

조씨는 “나는 직장암 수술을 했고 우리 할머니(부인)도 유방암 수술을 해 건강이 안 좋은 상태”라며 “지난 11일 건물 안전진단 검사를 했지만 보름 후에나 결과가 나온다는데…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힘겨운 듯 말했다.

또 다른 텐트에 머물고 있는 박은옥(81, 마산동) 할머니는 “안전진단을 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면서도 “사실 결과가 나와도 집이 많이 부서져 들어가 살 수는 없다. 그나마 컨테이너 주택을 제공해 준다고 하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포항시에서는 지진피해로 거주지를 잃은 주민들을 위해 2년동안 컨테이너 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2층짜리 단독주택 피해를 입은 심상록(45, 남, 용전2리)씨는 “2층 벽면과 창문이 떨어져나가는 등 크게 부서진 것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안전진단 결과 2층은 허물 수밖에 없다. 1층만이라도 사용하려고 하는 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씨는 집을 수리하는 동안 가족들은 임시 아파트로 이사했다가 공사가 마무리되면 돌아올 계획이라고 했지만 역시 목소리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흥해중학교는 지진으로 인해 강당 천장의 철재가 떨어졌으나 보수공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

학교내 복도 및 화장실 벽면 등에도 타일이 떨어지거나 파손된 부분 공사를 마무리했다. 안전진단 결과 이상이 없는 걸로 판명돼 지난 4일부터 정상수업을 하고 있다. 지진피해 당시 조기방학이 예상됐으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명돼 오는 29일 당초 일정대로 겨울방학에 들어간다고 학교 관계자는 밝혔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주민들이 언제까지 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물 수 있을지 단정 지을 수는 없고 다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본인이 원하는 경우 전세금 1억원까지 무이자로 2년간 대출 가능하며 컨테이너 박스도 지진으로 인한 주택 복구공사 동안은 2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의 원인 논란에 휩싸인 지열발전소에 대해서는 “지난 9월 18일 기계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지열발전소와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이 약 1년여에 걸쳐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액상화 현상에 대해서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10곳을 시추했고 이 중 5곳이 액상화 가능 지반으로 발표됐다.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의 한 건물. 지진 피해로 파손된 건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한동대학교의 한 건물. 지진 피해로 파손된 건물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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