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2010 남아공월드컵이 6월 한 달간 화두로 떠올랐다. 천안함 폭침과 6.2 지방선거 등으로 어수선해진 사회 분위기를 접고 국민들의 시선이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공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원정 첫 16강이라는 목표를 잡고 남아공월드컵에 7회 연속 본선진출에 나섬에 따라 국민들은 오랜만에 축구를 통해 살 맛을 느낄 것이다. 밤잠을 설치고 온통 축구에 관심을 쏟으며 월드컵 응원가 ‘오~필승 코리아’를 노래할 듯하다.

특히 12일 그리스전, 17일 아르헨티나전이 모두 저녁 8시 반에 열릴 예정이고 이 두 경기가 예선의 최대 관문이 될 것으로 예상돼 이 때 국민적 응원이 최고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거리 곳곳에는 붉은색 T-셔츠를 입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졌다. 주위 아는 이들도  월드컵 응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삼삼오오 모여 집에서 TV를 보면서 응원을 할지, 아니면 거리나 음식점 등에서 단체 응원을 할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아예 남아공 현지로 날아가 맹렬한 응원전을 펼치려는 지인도 있다. 권태균 토성에프시 회장(59)이 그런 이다. ‘세계의 잔치’에 빠질 수 없다며 별도의 응원단을 조직, 50여 명의 응원단과 함께 10일 현지로 날아간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응원단을 이끌고 갔다가 심장마비로 일시 쓰러지기도 한 권 회장은 1980년대 포장마차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숱한 고비를 넘겨 이제는 전국에 40개 이상의 체인점을 운영할 정도로 성공한 기업인이지만 한국축구의 응원에 대한 열정을 남다르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강의를 맡고 있는 대학의 일부 학생은 이번 월드컵 기간이 학기말고사 기간과 겹쳐 있어 월드컵 시청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괜시리 걱정하고 월드컵 리포트로 대체하면 안되겠느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팀은 이제 예전의 팀이 아니다. 한일월드컵 이전 한국팀은 세계적인 팀들과 전력차이를 드러내며 단 1승도 못 올리고 예선탈락을 면치 못했다. 허나 한일월드컵에서 기적같은 4강에 오른 이후 큰 변화를 보여주었다.

독일월드컵에서 토고를 2-1로 물리쳐 원정 첫 월드컵 승리를 거두었고 1998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에 1-1로 비기는 등 강력한 전력을 과시했다. 스위스에 0-2로 져 비록 예선 탈락을 했지만 세계 강호들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남아공월드컵의 한국대표팀은 전체적인 팀 전력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한일월드컵 멤버들보다 뒤지나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까지 가미되는 팀 전력은 오히려 능가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서 허 감독의 대표팀은 이미 그러한 면을 성적으로 보여주었으며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평가전에서 믿음직한 전력을 과시했다.

허 감독의 대표팀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것은 8년 전 한일월드컵에서도 그랬듯이 아마도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전 국민적인 응원일 것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월드컵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대표팀에게 큰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

사실 ‘붉은 악마’는 그냥 평범한 응원단이 아니다. 1995년 국내 프로축구 유공 응원단이 모태가 돼 대표팀의 응원단으로 자리잡은 ‘붉은 악마’는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민을 대표하는 응원문화 그 자체가 된 것이다.

‘붉은 악마’는 그냥 흩어져 있는 관중이 아니고 한국축구의 승리에 대한 생각과 정감을 함께 나누는 국민 모두를 상징하는 의미로 자리잡았다. 11명의 태극전사들이 남아공월드컵 그라운드에서 땀흘리며 뛸 때 12번째 태극전사인 ‘붉은 악마’는 ‘오~필승 코리아’를 목놓아 외치며 다시 한 번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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