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 2002년 5.18 자료 실태조사를 결과 관련 자료가 전무하다는 보고를 했다. (제공: 이철희 의원실)

2002년 실태조사서 자료 ‘전무’
지하벙커 보관 중 1996년 파기
이철희 “진실은폐 조사해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 2002년 5.18 자료 실태조사 결과 목록만 남은 채 관련 자료 모두 파기됐다는 내부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당시 기무사가 문두식 사령관의 지시로 12월 26일부터 이듬해 1월 9일까지 13일 간 추적 조사한 결과 관련 자료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처·실 가운데 ‘중보’ 담당 업무를 맡았던 부서들은 하나 같이 목록은 보관하고 있지만 관련 자료(원문)는 없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중보’는 중요첩보의 약어로 대통령에게 직보되는 기무사의 최고급 정보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3처의 경우 90년 윤석양 사건시 존안문서 폐기 지시와 1993년 3처장 지시로 5.18 관련 자료를 소각장에서 파기했다는 구체적 파기 경위를 보고했다. 

문건 마지막 ‘분석 및 조치의견’에는 “80년 초 시국관련 중요문서는 M/F(마이크로 필름), 광디스크 등에 수록되지 않고 지휘부에서 관리하다 80·90년대 혼란기를 거치면서 전량 파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결과를 요약했다.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이른바 기무사 ‘참모장실 보관자료’의 존재와 보관 및 파기까지의 구체적 경위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건에서 기무사 정보통신실은 “1980년대 주요 사건 핵심자료는 지휘부 결재 후 비서실에서 관리하였고 문제 소지가 없는 자료만 정통실로 이관 존안했다”고 보고했다. 

5.18 관련한 민감한 자료의 분류와 관리는 5.18 직후인 1981년부터 1985년까지 5년 간 기무사 참모장을 지냈던 정도영의 주도로 이뤄졌다. 정도영은 해당 자료를 은밀히 보관하기 위해 기무사에서도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서울 소재 예하 부대(210부대) 지하벙커로 옮겼다. 그리고 이를 나무상자 8개를 제작해 나눠 담고 칸막이까지 쳐서 폐쇄조치 했다.

해당 문건에는 해당 자료의 파기경위도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1996년 11월 임재문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감찰실장 주상식은 감찰장교를 대동해 210 부대장의 입회 하에 박스 해체 후 트럭에 적재해 사령부 이동, 사령부 소각장 도착 후 본부대장의 소각장 입구 차단 하에 직접 소각했다. 

즉 5.18 진상규명의 열쇠가 될 문건들은 처음부터 은밀하게 별도로 관리되어 오다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한창이던 1996년 전격적으로 전량 파기 처리된 것이다.

이철희 의원은 “해당 자료들이 은밀히 관리되고 또 파기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5.18 관련 기밀자료의 조직적 파기가 기무사에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라며 “현재 국방부 ‘특조위’나 향후 5.18 진상조사 특별법으로 구성될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자료파기 등 진실은폐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고,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등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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