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EBS에 대한 국정감사가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지연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방통위, 방문진 이사 선임 강행
한국당 강력 반발 ‘보이콧’ 선언
국감 현장 곳곳 중단·반쪽 진행
“반민주적 결정” 원천무효 주장
27일 의총 열고 향후 대응 논의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국방송공사(KBS)와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을 둘러싼 충돌이 격화되면서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결국 파행으로 얼룩졌다. 

26일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 2명을 여권 인사로 선임한 것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27일부터 국감 전면 보이콧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은 불법 날치기 폭거”라면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송장악위원장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일 김장겸 MBC 사장 체포 영장 발부에 반발해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9일 만에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 45일 만에 국감 거부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국이 또다시 급랭하고 있다. 한국당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에 대한 해임을 추진하는 한편 선임된 방문진 보궐이사에 대해서도 임명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이날 국감 현장 곳곳에서도 파행이 빚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이 정우택 원내대표의 국감 중단 지시에 따라 속속 국감장을 뜨면서 행정안전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상임위에서 국감 중단 사태가 속출했다.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는 한국당 의원들이 빠진 채 반쪽짜리로 국감을 진행했다.

이번 사태는 방통위가 한국당의 반대 속에 보궐이사 선임 절차를 강행하면서 예고됐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방송장악저지투쟁특위 소속 의원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사무실로 몰려가 항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를 졸속으로 강행 처리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폭거”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자당이 추천했던 두 명의 이사가 사퇴하고, 보궐이사가 선임되더라도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만큼 추천권이 원래 추천한 당인 한국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권교체로 여당이 바뀐 만큼 추천권은 여당인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구여권 추천 인사였던 유의선·김원배 이사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현 여권 추천 인사인 김경환(48)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53)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각각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방문진법에 따라 이들의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확인한 뒤 임명할 예정이다.

이들이 임명되면 방문진 이사진은 여권 5명, 야권 4명으로 재편된다. 여당 중심으로 재편된 이사진은 내주 중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진은 불신임안이 통과될 경우 다음 순서로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KBS, MBC 노조와 여권은 방송 정상화의 물꼬가 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당은 정부여당의 방송장악 의도가 노골화됐다며 강력 투쟁에 나선 상태다. 특히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원칙도, 상식도 붕괴된 반민주적인 결정”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당초 국감 보이콧뿐만 아니라 국회 일정 보이콧까지 선언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단 국감 보이콧으로 투쟁 수위를 조절했다. 한국당은 27일 오전 10시 의총을 열어 국감 보이콧 이후 투쟁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이 만약 국회 일정까지도 전면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돌입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회 연설,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물론 국감 이후 예정된 상임위별 일정 및 예산안 논의가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중요한 일정들이 즐비한 상황이라 국회 일정 보이콧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한국당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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