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붙였던 비텐베르크의 성교회(슐로스교회)의 철문에는 현재 그 내용이 새겨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오는 31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한국 개신교회들이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준비하는 가운데 보수교단 연합기구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23개 교단들이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대회를 준비하는 가운데 최근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백석대 CTS 등이 기념연합예배를 갖겠다고 발표했다. 두 행사가 별도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교단장들과 교단연합기구 간 파열음이 읽힌다.

교단장들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그동안 분열됐던 보수연합기구가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그동안 한목소리를 내왔다. 한국교회 보수연합기구는 1989년 창립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그동안 대표성을 띠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금권선거와 이단논쟁으로 2012년 한교연이 분리돼 나간 후 최근에는 한교연이 대외활동에 활발히 나서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교단장들은 지난해 말부터 두 연합기구의 통합을 촉구하며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교단들은 이미 한기총과 한교연, 진보성향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소속돼 있었기에, 제4의 교단연합기구를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교단장들을 아울러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이뤄내고자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이 같은 교단장들의 집단행동은 한교연이나 한기총에 상당한 부담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등 떠밀려 통합을 해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갈라져 나온 이유가 확실했던 한교연은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기총 내 이단 논란이 됐던 회원교단들의 선 처리를 요구했다. 한기총이 수용하지 못하면서 결국 통합은 요원해졌다. 설상가상으로 한기총 내부에서 올해 1월 말 당선된 이영훈 목사에 대한 대표회장 자격을 문제 삼아 사회법에 소송전이 벌어졌고, 재판결과에 따라 이영훈 목사는 대표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했다. 구심점을 잃은 통합논의는 지지부진해졌고, 교단장들은 시선을 돌려 한교연 포섭에 나섰다.

지난 8월 교단장들과 한교연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창립하며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기총과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한기연과 한기총은 수장들의 서명으로 통합합의문을 작성하며 통합을 이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변수가 생겼다. 한기총 새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한기연이 아닌 한교연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사실상 이끌고 온 교단장들의 압박에 제동을 건 셈이다. 여기에 한교연까지 교단장들을 대상으로 강수를 뒀다. 내달 17일까지 한기연의 정관을 확정하지 않으면 통합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을 맞아 한국교회보수연합기구의 통합이라는 결실을 맺고자 애를 썼지만, 한국교회는 결국 올해도 하나 되지 못한 모습으로 마틴 루터의 ‘상호 존중과 진리 회복, 교회를 바로 세워나가고자하는 연합과 일치’ 정신을 기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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