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시 제부도 매바위 인근 및 일몰 전경 (제공: 화성시) ⓒ천지일보(뉴스천지)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황금 같은 긴 연휴를 이용해 너도나도 해외로 떠난다. 하지만 일부러 멀리 갈 필요는 없다. 가족, 친지의 손을 잡고 야외로 나가 가을 풍경을 맘껏 만끽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이번 추석에 가족, 친지와 함께 자연 속에서 걸어보는 건 어떨까. 가을의 정취를 흠뻑 즐기고 지친 몸과 마음도 치유하면서 가족, 친지 간의 정을 새록새록 쌓는 것도 좋을 듯싶다. 서울·경기를 비롯해 전극에서 걷기 좋은 길(둘레길)을 소개해 본다.

◆서울·경기도-해넘이 아름다운 곳 ‘제부도 제비꼬리길’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양도성길을 걸어보자. 4대문과 4소문으로 둘러진 한양도성길은 백악, 낙산, 남산, 인왕산, 흥인지문, 숭례문 구간 등 6구간으로 나뉜다. 한양도성은 산세에 어긋나지 않도록 자연스레 쌓아 자연과 조화를 이룬 인공 구조물이다. 일제 강점기와 도시화를 거치며 일부 훼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각 구간이 2~3㎞ 안팎으로 거리는 비슷하나 걷기의 난이도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한양도성은 순성(巡城)길을 따라 하루에도 다 돌아볼 수 있는 규모다. 특히 가을에 걷기 좋은 순성길은 혜화문에서 가톨릭대, 장수마을, 낙산, 이화마을을 지나 흥인지문까지 이어지는 낙산 구간이다.

경기도에선 화성 제부도 제비꼬리길이 걷기 좋은 길이다. 제부도는 밀물 때 바닷물에 둘러싸여 완전한 섬이지만, 썰물 때가 되면 섬과 육지 사이의 땅이 드러나면서 육지와 연결이 되는 특이한 섬이다. 그래서 하루에 2번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갈라져 들어갈 수 있는 서해의 신비한 섬이다. 제부도 입구에는 오른쪽에 빨간 등대와 왼쪽에는 매바위가 나온다. 바닷물이 빠지고 난 뒤, 4개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룬다.

제부도 제비꼬리길의 시작은 제부도선착장에서 등대주차장을 출발해 서쪽 해안을 이은 해안데크길을 지나 탑재산의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다. 탑재산은 66.7m의 얕은 산이지만 소나무 숲에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해넘이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다. 제비꼬리길의 해안데크 산책로는 서해 낙조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제비꼬리길 코스는 2㎞를 걷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제부도 등대주차장~바닷길 전망대~탑재산 남서쪽 출입구~탑재산 정자~탑재산 북쪽전망대~제부도 등대주차장으로 이어진다.

▲ 옛 추억이 샘솟는 인천둘레길 11코스(인천 중구) 연탄길 (제공: 한국관광공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인천-추억이 새록새록 ‘인천둘레길 11코스’

우리는 ‘연탄’과 ‘산동네’ 등 희미해져가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상에 젖는다. 코스의 어느 지점을 걸어도 과거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옛 추억이 샘솟는 인천둘레길 11코스(인천 중구) 연탄길. 연탄길은 사라져 가는 풍경을 아직 붙잡고 있다. 재개발에 밀려 사라져 가는 골목길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미로 같은 산동네 풍경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인천둘레길 11코스 연탄길은 지하철 1호선 도원역에서 시작된다. 약 3~4분 동안 발걸음을 하다 보면 굴다리 하나가 나타난다. 그곳을 통과하면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우각로 문화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각로 문화마을은 한때 재개발로 숨이 죽어버린 이 지역에 2012년부터 지역문화 예술인이 빈집 벽에 벽화를 그리며 활기를 불어넣은 곳이다. 마을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골목길 사이를 걷다보면 담벼락마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보인다.

우각로 문화마을을 빠져나오면 인천세무서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난다. 주변엔 유독 오래된 전통가옥들이 이어진다. 삐걱거리는 나무집을 지나가다 보면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듯하다. 창영 초등학교에서 이어지는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연탄길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다. 언제 찾아가도 반가운 헌책방이 줄줄이 이어지기도 하고 인기드라마 ‘도깨비’가 촬영된 곳이기 때문이다. 연탄길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은 송현근린공원과 그 안에 자리한 달동네박물관이다. 이곳은 전망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공원 내에는 분수광장은 물론 다양한 체육공간과 조경시설, 산책로까지 꼼꼼하게 자리하고 있다.

▲ 천년의 숲길 품은 ‘치악산 황장목길’ ⓒ천지일보(뉴스천지)

◆강원도-천년의 숲길 품은 ‘치악산 황장목길’

강원도 원주에는 천년 고찰 구룡사가 있는 치악산 국립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치악산에는 천년의 숲길을 간직하며 궁궐과 임금의 관을 만드는 나무로 알려진 금강송(황장목) 숲길이 있어 온 가족이 걸으며 힐링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로 호평을 받고 있다. 치악산에는 수령 100~200년 된 황장목 7만 5000그루가 있다. 황장목 숲길은 구룡사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세렴폭포까지 약 6.5에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평탄한 길이다. 남녀노소가 무난하게 걸으며 솔의 향기와 주위 자연경관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최고의 산책로로 꼽힌다.

산길은 느릿느릿 걸어야 제 맛이다. 걷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황장목이 내뿜는 상쾌한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이 황장목 숲길임을 알 수 있는 것은 구룡사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조선 시대 황장목 무단벌목을 금한다는 황장금표라는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무의 속이 누렇고 단단해 붙여진 옛 이름으로, 왕실에 진상하던 특산품으로 지금은 금강소나무로 불린다.

또 황장목 숲길 옆에는 치악산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계곡이 크고 작은 폭포들이 내는 물소리와 새 소리가 어우러져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사람들의 눈과 귀, 마음까지도 맑게 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옻칠공예 관이 있어 살아 숨 쉬는 장인의 고귀함을 느끼고 허기를 채워줄 다양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심신을 힐링하기에 좋은 치악산 황장목 숲길을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 슬로시티 충남 예산군 대흥 곳곳을 누비는 느린꼬부랑길 (제공: 한국관광공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충남-느림의 맛 찾는다면 ‘대흥 느린꼬부랑길’

느린꼬부랑길은 슬로시티 충남 예산군 대흥 곳곳을 누비는 길이다. 슬로시티는 느림의 삶의 미학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다. 슬로시티 대흥은 느린꼬부랑길을 따라 발끝으로 천천히 누려보는 것이 으뜸이다. 느린꼬부랑길은 3개의 코스로 나뉘다. 하지만 각 코스의 일부분이 중첩돼 있다. 그런 이유로 각 코스의 외곽만을 연결해 3코스를 한꺼번에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코스에서 시작해 애기폭포까지 걸은 후 2코스와 3코스로 연결하면 되는데, 2코스와 3코스의 연결은 대흥향교에서 이루어진다. 각각의 코스가 길지 않아서 3개의 코스를 이어 걸어도 3시간 30분(10.8㎞)이면 충분하다. 1코스 옛이야기길은 5.1㎞로 대흥면의 역사와 이야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소소한 시골마을 풍경과 봉수산 중턱에 자리한 봉수산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보는 예당저수지 풍경, 동헌 앞에 자리한 의좋은 형제 이야기 등 슬로시티 대흥의 다양함을 만날 수 있다.

봉수산자연휴양림은 솔숲길이 이어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쾌적감을 느낄 수 있다. 봉수산자연휴양림은 길의 중반부다. 하지만 대흥동헌까지 이어지는 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로 다소 지루하다. 다행히 단풍터널이 이어져 지루함을 덜어준다. 옛이야기길은 의좋은형제공원에 이르러 마무리된다. 만약 시간이 허락된다면 마을 곳곳과 예당저수기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마을 곳곳에는 벽화와 재미난 소품을 볼 수 있다. 예당저수지에서는 강태공의 손맛을 느끼는 장면도 볼 수 있다.

▲ 장성호수변길 (제공: 장성군)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남도-산·호수 동시에 즐기는 ‘장성호 수변길’

전남 장성군의 ‘장성호 수변길’은 장성호선착장과 북이면 수성리를 잇는 트레킹길이다.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됐을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 장성호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장성호 수변길의 가장 큰 특징은 산과 호숫가를 함께 걸을 수 있게 조성돼 숲과 호수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2시간 40분 정도면 전 코스를 밟을 수 있을 정도로 험하지 않아 가족이나 연인이 걷기에 제격이다.

장성호 수변길의 백미는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1.23㎞ 길이의 나무데크길이다. 호숫가 가파른 절벽을 따라 세운 나무데크 다리는 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울 뿐더러 그 위에 서면 탁 트인 장성호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리 한쪽에선 숲의 나뭇잎끼리 스치는 소리를 다른 한쪽에선 호수의 물이 절벽을 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순천 도심 속에 자리한 봉화산 둘레길은 봉화산 3부 능선을 연결한 것이다. 진입로 22개소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총 길이는 14㎞인 순천 봉화산 둘레길은 4개의 코스로 나뉜다. 순천 봉화산 둘레길은 22개 진입로가 있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오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누구라도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로 도심과 자연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숲길이다. 역사와 전설이 함께 숨 쉬는 봉화산에선 운이 좋으면 봉화산에 서식하고 있는 사슴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순천의 걷기 명소에는 순천만정원에 있는 순천호수정원, 세계정원, 스카이큐브, 꿈의 다리 등이 있으며 동천에는 1급수 하천으로 메밀꽃 등이 식재된 야생화 단지가 있다. 또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은 갈대숲길, 용산전망대, 탐조선 투어 등이 걷기 명소로 꼽힌다.

▲ 쪽빛 남해바다를 볼 수 있는 남해 바래길 (제공: 경남 남해군) ⓒ천지일보(뉴스천지)

◆경상도-남해안 한눈에 담는 ‘남해 바래길’

남해안을 조망할 수 있는 경남 남해 바래길은 보물이 한가득 담긴 길이며, 사부작사부작 걷는 생명의 길이다. 바래길은 다랭이지겟길, 앵강 다숲길, 구운몽길, 섬노래길, 화전별곡길, 말발굽길, 고사리밭길, 동대만 진지리길, 이순신 호국길, 망운산 노을길로 전체 10개 코스, 128.5㎞에 달한다.

다랭이지겟길은 다랑논 만들기, 어촌체험과 몽돌해변의 파도를 연인 삼아 걸을 수 있는 길로 16㎞, 5시간이 소요된다. 다랭이지겟길은 설흘산(481m)과 응봉산(421m)이 만나 바다로 흘러내리는 급경사의 중간쯤에 있는 가천다랭이마을에서 절정을 이룬다. 금산 자락으로 둘러싸인 화전별곡길은 내산을 중심으로 천하 몽돌해변에서 삼동봉화마을로 이어지는 바다, 산, 강, 들판을 두루 접하면서 자암 김구 선생의 화전별곡의 유유자적한 삶을 느낄 수 있다. 섬노래길은 남해안의 어업 전진항인 미조항을 중심으로 송정솔바람 해변과 각가지 동물의 모양을 한 다양한 섬의 이야기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

말발굽길은 빼어난 해안선과 해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어촌마을의 인심과 멋을 느끼며, 고려 시대 때부터 군마를 기르던 지역으로, 현재 유적 등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말발굽 모양의 지형과 적량성터를 통해 선조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길로 15㎞, 도보 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고사리밭길은 남해군의 정취를 느끼고, 산과 밭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진 고사리밭길을 통해 아름다운 해안과 갯벌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선사시대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따라 걸으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14㎞ 길로, 4시간 30분 걸린다.

(전국 종합: 강은주, 이선미, 박주환, 김미정(인천), 김미정(전남), 김태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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