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상홍양이 대사농이 되자 공근의 뒤를 이어 전매 사업의 모든 권한을 손에 넣었다. 그는 모든 관청이 앞을 다투어 물자를 사들이기 때문에 물가는 올라가고 또한 전국에서 거두어 들이는 조세 물자의 수송 경비가 현물 가격을 웃도는 경우가 있다 하여 다음과 같이 건의했다.

“대농에 수십의 지방국을 설치하고 각각 그 관할 아래에 있는 현에는 균수관과 염철관을 상주시킵니다. 그리고 조세 대신 지방의 특산물을 공출시켜 비싸게 팔리는 지역으로 옮겨 판매합니다. 또한 수도에는 평준국을 설치해서 전국의 물자를 모아 수레나 기구의 제조 사업을 경영토록 합니다. 모든 관청의 물품 공급은 대농을 통해서 행하며 대농은 전국의 물자를 독점 관리해서 값이 오를 기미가 보일 때는 팔고 값이 내림세를 보일 때는 매점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거상들도 이윤을 독점할 수가 없고 물가는 균형을 유지하며 값이 뛰는 현상도 없어질 것입니다. 평준이라는 말은 물가를 조작해서 안정시킨다는 의미입니다.”

무제는 상홍양의 건의를 받아들여 실행에 옮겼다.

무제는 북쪽에 있는 삭방군으로 거둥하여 군사 연습을 사열한 뒤 군을 철수시켜 드디어 동쪽의 태산에서 봉선의 의식을 행했다.

그 뒤 봉래의 신선을 만나려고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고 북쪽으로 길을 잡아 수도로 향했다. 그동안 지나가는 고장마다 하사한 비단이 백여만필에 달했고 금전은 거액에 이르렀다. 이들 비용은 모두 대농에서 지출됐다.

대사농 상홍양은 또다시 무제에게 건의했다.

하급관리가 일정량의 곡물을 바쳤을 때에는 고등관으로 임명하고 죄인이 돈을 바쳤을 때에는 사면을 받으며 백성들이 곡물을 바쳤을 때는 그 양에 따라 노역의 면제나 재산세의 면죄를 받는 특전을 부여하자는 내용이었다.

무제가 결재를 하자 상홍양에 의해 물자의 유통은 원활해지고 대농의 여러 기관과 동쪽의 곡창지대에서 들어오는 곡물의 양은 매년 6백만석씩 늘어났다.

불과 1년 사이에 수도 주위의 창고는 가득 차고 변두리 지역도 곡류와 기타의 필수품에 여유가 생겼다. 균수법에 의하여 비단 상납은 5백만필에 달했고 조정의 경비는 증세할 필요 없이 윤택해졌다.

그 때문에 상홍양은 좌서장(20급의 작위 중 제 3위)의 작위를 받고 황금 백 근을 두 번에 걸쳐 받았다.

운봉 원년에 가뭄이 있어 무제는 기우제를 지내라고 명령했다.

복식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국가의 경비는 모두 조세로 충당한다. 그러나 상홍양은 관리를 시켜 장사꾼을 흉내내기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있다. 그를 솥에 삶아서 하늘의 용서를 빌지 않는 한 절대로 비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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