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윤리법 개정해 첨단 유전자 기술 지원해야
[사설] 생명윤리법 개정해 첨단 유전자 기술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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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가지 유전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한미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수정란)에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만 골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공동 연구팀이 특정 유전자만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토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 수정란에서 비대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제거했고,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없앨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과학계는 혈우병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대물림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길이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전병 예방을 넘어 지능이나 외모 관련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바꾸는 이른바 ‘맞춤형 아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역사적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연구를 이끈 김 단장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도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국내 실정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달리 인간 수정란의 유전자 변형 연구가 불법이라 수정란 실험은 모두 미국에서 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1, 2년 안에 인간배아 연구 금지 규제가 바뀌지 않으면 외국 기업, 연구기관들이 미래 의료의 핵심인 유전자 가위 시장을 다 차지할지도 모른다면서 모처럼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 기술을 인정받아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이 규제로 막혀 있다고 토로했다.

주요국들은 유전자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를 풀고 있지만 우린 수년째 생명윤리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를 위해 미국에 가고, 치료제 허가를 얻으려 일본으로 떠나는 것이 최첨단 유전자 기술을 가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기껏 만들어 일본에서 먼저 상용화되는 사례도 잇따른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항상 윤리와 부딪쳤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기우(杞憂)였던 때가 많다. 국회에 여러 난제가 있지만 건강한 후대를 보장해주는 생명공학 기술을 융성하는 것도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악용될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하되, 인류의 미래에 유용하고 4차 산업 중 의료분야의 핵(核)이 될 ‘유전자 교정 기술’이 허용될 수 있도록 생명윤리법 개정을 서두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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