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선 가운데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비핵화하는 것만이 대화의 장으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 있는바, 양국의 서로 다른 대북 접근방식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에 엇박자가 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를 보인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관계 입장을 밝혔다. 문 특보는 남북관계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과 교류·협력 활성화, 신뢰 구축 및 평화 공존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을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에 관한 한국정부의 입장은 점진적, 포괄적, 근본적인 비핵화가 목표임을 언급하고 나섰다.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관용은 없으며, 굳건한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문 특보의 유화 제스처가 문제를 일으켰으니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고 한반도에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는 발언이다.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축소 발언에 대해 미국 측 입장은 분명히 나오지 않았지만 청와대가 먼저 나서서 한국정부의 기조와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라 설명했고, 야당에서는 한미동맹 약화를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 배경에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과 ‘한미양국의 논의’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할 경우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합동군사훈련과 한반도내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축소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인데,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채택해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 한미 간 오해의 소지는 대화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한미공조는 굳건해야 마땅하지만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해야 하며, 미국 측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녀서도 안 될 일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북정책에 관한 확고한 정책과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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