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우리는 이미 핵가족화에 익숙해져 있다. 핵가족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1980년대 후반부터였으니 30년이 다 돼 간다. 과학문명의 발달, 도시화, 개인주의 증가에 따른 현상이었다. 근래 들어 핵가족화 현상으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면, 출생아 수 감소, 가구당 인구 감소, 소통 방식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최근에는 고령화의 진전과 더불어 사고방식의 변화 및 삶의 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국 가구당 평균 인구는 약 2.5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초핵가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1인 내지 2인 가구를 차지할 만큼 초핵가족화 현상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 된다.

최근 온라인에 의한 소통방식, 온라인에 의한 일처리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오프라인에 의한 소통, 일처리는 점점 감소되는 추세다. 기계화·자동화로 인해 외부 접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핵가족화의 현상으로 야기된 저출산 현상은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부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이를 두고 사회적 풍조라고 하기에는 모순이다. 사회·국가적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과제다. 더군다나 향후 국가경쟁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면 시급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에 겪고 있는 갈등 양상이 과거와는 다소 다르다. 우선 사고방식에 적잖은 차이가 있다. 특히 편견과 예단에 있어서는 간격이 크다. 여전히 부모가 자식에게 거는 기대,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해서는 고착화된 사회적 통념이 잔존하고 있다. 다소 완화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결혼 강박증이 지배적인 반면, 동거나 독거 생활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풍습이 있다. 사실 이러한 것은 각자 처한 환경과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과감한 의식의 변화와 사회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뉴질랜드의 결혼제도 및 뉴질랜드인들의 사고방식에서 새로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결혼을 하면, 결혼증명서는 있지만 가족증명서라는 것이 없다. 결혼을 해서 평생을 같이 살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관념이나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런가. 사실혼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거 생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이를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동거의 경우 결혼증명서는 없지만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동거했다면 가족으로 인정받는다. 심지어 평생을 동거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결혼한 지가 오래됐더라도 서로 떨어져 살았다면 가족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장기간 주말 부부로만 지냈다든지, 기러기 부부인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뉴질랜드는 형식이 아닌 실질주의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세대 간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변화도 있어야 되겠지만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상호 사고방식의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기성세대가 신세대들에 거는 기대치를 바꿔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일이다. 또 일방적 주장, 호된 지적, 명령에 기성세대의 권위가 서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 세대 간 입장이 이해되고 존중돼야 할 것이며, 기성세대는 존경의 상징적 존재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덕과 지혜를 쌓는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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