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출처: 연합뉴스)

보수 지지층 ‘홍찍문’ 심리 작동
“洪 대신 安 찍을지 고민 중”
“文, 주관 불분명… 말도 바꿔”
“대세는 文… 대안후보 안보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은 막아야지. 안철수 찍을 거요.”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사는 50대 주부 박모씨는 원래 보수 성향이 짙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그다. 이번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밀 것이라고 했다. 지금 대선후보 중에 쓸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만큼은 막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홍찍문’ 심리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 후보가 당선된다는 말이다. 보수 지지층과 반문정서를 가진 투표층이 문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홍 후보 대신 안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자신이 골수 보수성향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를 찍을지 고민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면서도 홍 후보에 대해선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확실하게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최성춘(75)씨는 민주당 지지자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의 문 후보에 대해선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문재인은 아닌 것 같다. 말 바꾸는 것이 자주 있고, 정권교체만 얘기한다”고 꼬집었다. 투표는 문 후보가 아닌 안 후보에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반문정서는 젊은층 사이에서도 감지됐다. 동아일보사 앞에서 만난 이수민(30, 서울 동작구)씨는 “문재인이 되면 안 된다”며 “자기 주관이 불분명하고, 말도 시시때때로 바꾼다”고 지적했다. 아들 특혜 채용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며 “문재인 하면, 사실 노무현 대통령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성주(24)씨도 “주변 말을 들어보면 ‘문재인은 안 된다, 좌파는 안 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문 후보를 대세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강남구 수서동에 사는 김모(53)씨는 “문재인이 대세다. 다른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는 하지만, 가볍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예전부터 보수정당 후보를 찍어 왔다는 이모(90)씨는 이번엔 문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대북 대화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북한하고 대화할 수밖에 없다. 대립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인들이 표 얻으려고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직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경우 문 후보는 39%로, 2위 안 후보(36%)와 박빙을 이뤘다. 홍 후보는 8%로 3위를 했다.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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