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 기자간담회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 옆에는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출처: 연합뉴스)

은행·채권단, 고통분담 받아들일지 관건
산은·수은, 돌발변수 대비 P플랜 배수진
대우조선도 임금삭감 등 추가 자구노력 필요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대우조선은 오는 4월 21일 44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회사채 1조 5000억원을 갚아 내야 한다. 지난해 연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 8000억원을 지원해 7000%대에서 900%대까지 떨어뜨린 부채비율은 4개월도 안 돼 2700%로 치솟았다.

지난 2015년 중순 5조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난 후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출자전환을 통해 7조원 이상이 수혈됐지만, 수주 절벽이 길어지면서 회사 자금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면서 한계에 도달해 가는 셈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만 독박을 쓰는 구조를 더는 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들의 손실 분담이다. 이를 위해 채권 금융기관과 사채권자들은 대출금 총 2조 90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 나머지 9000억원은 만기를 3∼5년 연장하고, 이자를 연 3% 이내로 낮춰줘야 한다.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는 전체 채권 1조 5000억원의 50%를 출자전환할 것을 요구받았다. 대우조선 회사채는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은행·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70%를, 나머지 30%는 각 개인이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도 무담보채권 7000억원 중 80%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채권단도 손실 분담을 떠안기로 했으나, 시중은행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받아내 구조조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 6000억원 100%를 출자전환한다. 따라서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이 같은 고통 분담을 과연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채무재조정에 동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면 발을 빼려할 수 있어 아직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산은과 수은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가 채무 재조정안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곧바로 대우조선을 P플랜으로 보낸다는 ‘배수진’을 쳐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을 압박했다.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들어가면 법원이 강제로 채무조정을 하게 돼 채권자는 더 큰 폭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P플랜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친다. 법원이 빚을 신속하게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실행될 경우 대우조선이 첫 사례가 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채권단과 정부는 회생법원과 P플랜 돌입에 대비한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대우조선도 임금 삭감, 감원 등 추가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우조선은 임금 반납·무급 휴직을 통해 올해 인건비를 25% 줄이고 현재 1만명인 직원(직영인력)에서 1000명을 더 감축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2015년 10월 자금 지원, 2016년 11월 자본 확충 때에 이어 세 번째로 대우조선 노동조합에 ‘무분규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채무 재조정에 합의하고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이행에 협력이 잘 된다면 산은·수은이 신규자금 2조 9000억원을 대출 형태로 투입하게 된다.

아울러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은 출자전환한 주식이 원활하게 현금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 대우조선 주식거래 재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채권단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대우조선의 매출액은 지난해 말 12조 7000억원에서 5년 뒤 6조 2000억원이 돼 절반으로 줄어들며, 부채비율은 250%대로 떨어지고, 사업구조는 경쟁력 있는 고부가상선과 방산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또한 채권단은 대우조선의 부실을 초래한 저가 수주 선박이 70% 이상 인도되는 2018년까지 회사를 살려둔 위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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