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당은 탄핵 승복했는데, 당사자는 승복 발언 안해
서청원·최경환 등 핵심 인사, 사저 지원 나서
인명진 “국민 화합 저해 언행, 단호 조치할 것”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대해 사실상 불복을 선언한 가운데 일부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헌재 결정 직후 ‘탄핵 승복’을 선언했던 자유한국당으로선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 전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관저에서 나와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가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밝혀 사실상 헌재 결정 불복을 시사했다. 이는 헌재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당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되는 태도로 비친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 결정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밝혔었다. 

향후 두 달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한국당으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반응이 난감한 처지다. 탄핵 사태에 대한 자기 반성을 전제로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불복 선언은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당이 배출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내치기도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박 전 대통령의 불복 선언 이후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한국당의 고민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박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향후 대선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불신해 소환에 불응하고 법적 투쟁에 나설 경우 한국당으로선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할 수도, 비판하기도 어려운 애매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별개로 당내 친박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 지원에 나선 것도 당의 기조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불편한 대목이다. 이미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 의원 등이 정무, 법률 등의 보좌를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이 친박 의원들을 동원, 검찰 수사를 앞두고 ‘불복 정치’에 나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탄핵 불복 발언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은 13일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헌법을 지켜야 할 헌재가 오히려 헌법질서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9급 공무원도 이렇게 파면시키지는 않는다”고 강력 비난했다. 

이 같은 당내 상황을 우려한 듯 당 지도부는 자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들의 마음에 걱정을 끼치고 국민 화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당도 이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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