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소비자에 리콜 선택기회 줘야… 소송 취하 바래”
소송소비자들 “리콜이 배상 대신 못해… 한국 소비자 우롱”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폭스바겐에 대한 국내 소비자 집단 소송의 첫 재판이 24일에 열렸다. 폭스바겐 측은 “소비자에게 리콜을 선택하고 소송을 취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소비자 측은 “리콜이 손해배상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김동아 부장판사)는 국내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구매자 총 259명이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미국 테네시주의 현지 생산공장 법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등 5건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폭스바겐 측 변호사는 지난번 검찰 기소 이후 법무법인 김앤장이 담당하고 있고, 소비자 측은 법무법인 바른이 담당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폭스바겐코리아 소송대리인은 “리콜이 있는데 이를 도외시하고 소송부터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면서 “구매자들이 리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소송을 취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환경부가 지난 1월에 리콜을 허가하면서 향후 6개월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송을 낸 구매자들도 다른 소비자들처럼 리콜 경과를 지켜보고 소송 대신 리콜을 선택할 수 있게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비자 측은 “리콜이 손해배상을 대신할 수 없다. 폭스바겐 측의 사기로 인해 손해를 봤다”며 맞섰다.

소비자 측 소송대리인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리콜을 받으면 손해가 없어진다는 식의 피고들의 일방적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낸 소비자들은 리콜을 받지 않고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주요 소송 청구 원인으로 민법 110조에 의거해 ‘사기에 의한 취소’에 109조 ‘착오에 의한 취소’도 추가했다”며 “이는 소송 소비자들이 구매한 차량이 대기환경법 48조 등을 어긴 불법 차량인지 알았으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손해배상에 관해서는 “차량 구매대금 일부반환인 3000만원이었는데, 이번에 매매대금 전액 배상을 요구했다”며 “이는 독일 니더작센주의 판결과 동일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니더작센주 하노버시 힐데스하임 지방법원은 폭스바겐그룹에게 2013년식 스코다 예티 2.0 TDI 차량을 구입해 운행 중인 소유주들에게 매매대금 전액인 2만 6499유로를 반환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당시 폭스바겐 측은 바로 항소에 나섰다(하단 관련 기사 참고).

또한 하 변호사는 “과거에 예비적 청구 원인으로 민법 750조에 의거해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추가해서, 지난 12월초에 공정위가 확정한 폭스바겐 측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항도 별도로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소비자 측은 “공정위와 검찰이 폭스바겐 측에 대해 형사재판에 기소한 사항에 대한 일체 기록을 받는 문서송구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에도 폭스바겐 조사 내용에 대한 기록들을 받아낼 예정이다.

폭스바겐 측은 다음 재판을 6개월 이후로 요청했지만, 소비자 측은 “이미 1년이 넘는 시간을 소비자들이 기다려왔다. 증인심문 등을 포함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 측은 증인심문 대상자로 환경부 홍동곤 교통환경과장과 교통환경연구소 관계자, 자동차 관련 전문가인 대학교수, 폭스바겐 과거 판매사인 지엠스엠비즈와 참존모터스의 각 전 대표이사 등을 요청했다.

이에 법원은 다음 재판은 이날부터 3개월 후인 6월 13일로 결정했고, 증인 심문은 문서가 온 뒤에 하는 것으로 미뤘다.

앞서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처리 장치 관련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조작해, 환경당국의 검사 시에는 기준을 지키고, 실제 운전 시에는 연비 등 성능이 향상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최대 40배가 넘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도록 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소비자들이 폭스바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소송을 낸 소비자들은 510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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