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로마에 지난 주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행보에 대한 보수적 천주교 신자들의 비난이 담긴 벽보가 등장했다고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살인하지 말라’ 계명 강조… 바티칸 보혁 갈등 점차 커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욕설이나 인격모독이 십계명을 어기는 중죄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간) 교황이 바티칸 삼종기도에서 십계명 중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이는 실질적인 살인에 뿐만이 아니라 모욕적인 언사를 포함해 인간의 존엄성을 공격하는 행위에도 적용된다”고 인격을 모독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해로운 말은 살인죄 따르는 것과 같은 평결로 이어지거나 그와 같은 무게로 여겨지지는 않다”며 “하지만 이는 심각한 행동의 전제이자 악의가 가득 찬 행동을 드러내는 만큼 살인과 같은 수준에 있다”고 성토했다.

교황의 이 같은 설교는 그에 대한 비방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일부 언론 매체들은 사안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뒷말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바티칸의 보혁(보수와 개혁)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4일에는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그를 비방하는 벽보가 나붙기까지 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게시물에는 근엄한 표정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과 함께 교황이 역대 어느 교황보다 교회의 자비를 강조하는 것을 비꼬듯 “프란치스코! 당신의 자비는 어디에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지난주에는 바티칸 공식 신문을 모방한 가짜뉴스에 교황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가짜뉴스는 교황이 교리를 묻는 말에 얼버무리는 답변을 한 것처럼 꾸며낸 허위 기사로 그를 풍자했다.

최근 가톨릭에서는 진보적 교황과 보수 성직자들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잇따른 비방의 배후로 교단의 보수 세력이 지목되고 있다.

가톨릭교회 내 ‘보수파의 거두’로 알려진 버크 추기경은 지난 2014년 가톨릭계의 대법원 격인 대심원장 직에서 해임되고, 보수적인 성향의 몰타기사단 사제로 좌천 발령됐다.

공교롭게도 교황은 현재 몰타기사단과 충돌하는 등 수개월째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교황으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과 반발하는 가톨릭 보수 세력의 대리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개혁을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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