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로마에 지난 주말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행보에 대한 보수적 천주교 신자들의 비난이 담긴 벽보가 등장했다고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어로 ‘당신의 자비는 어디 있나’라는 제목으로 된 익명의 벽보가 로마 시내에 지난 4일 붙었다. 이탈리아 남성이 로마에서 가려진 벽보의 내용을 읽고 있다. (츌처: 뉴시스)

교황청 추기경자문단 성명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진보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에 가톨릭 보수 성직자들이 반기를 들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추기경들이 교황을 지지하고 나섰다.

교황청 소속 9인 추기경자문단은 13일 바티칸에서 열린 자문단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지지를 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최근 사건들과 관련해 교황의 직무, 교황이 임명한 성직자들과 교황의 가르침에 대해 전면적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교황을 비방하는 벽보가 나붙었다. 지난주에는 바티칸 공식 신문을 모방한 가짜뉴스에 교황이 등장했다. 이 가짜뉴스는 교황이 교리를 묻는 말에 얼버무리는 답변을 한 것처럼 꾸며낸 허위 기사다.

추기경들은 교황에 대한 보수파들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교황의 개혁 작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비방은 교황청과 몰타 기사단의 갈등이 계기가 됐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몰타 기사단 매튜 페스팅 단장이 폰 뵈젤라거 부단장을 해임시키는 과정에서 “이는 교황의 뜻”이라고 거짓 구실을 내세운 사실을 알고 진상 조사를 명령했다.

그러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등에 업은 페스팅 단장은 교황청의 조사가 주권 국가인 몰타 기사단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가톨릭교회 내 ‘보수파의 거두’로 알려진 버크 추기경은 지난 2014년 가톨릭계의 대법원 격인 대심원장 직에서 해임되고, 보수적인 성향의 몰타기사단 사제로 좌천 발령된 인물이다. 그는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교황과 각을 세워왔다.

매튜 페스팅 단장이 몰타 기사단장에서 물러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후 교황에 대한 익명의 비방이 올라오는 등 수개월째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이 개혁을 이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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