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임직원 7명… 박동훈 전 사장도 포함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검찰이 ‘배출가스 조작’ 사태를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국내 수입·판매를 총괄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요하네스 타머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들을 기소했다.

1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11개월간 수사를 한 결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요하네스 타머 총괄사장,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현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6명과 법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인증대행업자 등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독일 폭스바겐그룹 본사에서 전략프로젝트 부문장(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트레버 힐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도 약식 기소했다.

요하네스 타머 사장은 배출가스 기준에 미달하는 휘발유 차량인 7세대 골프 1.4 TSI 차종을 국내에서 불법 판매하는 데 깊이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12년 12월부터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의 국내 수입·판매를 총괄해 왔다.

요하네스 타머 사장은 이 회사 인증담당 이사 윤모씨(구속기소)와 함께 2014~2015년 배출가스 부적합 판정을 받은 7세대 골프 1.4 TSI의 재인증을 신청하면서 배출가스 관련 소프트웨어(EGR, 배출가스저감장치)를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를 임의조작하고 이러한 사실을 숨긴 후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를 받았다.

▲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원리 (제공: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불합격 통보 이후 자체 시험을 통해 배출기준 초과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재인증 신청 때 ‘과학원의 시험방법이 잘못됐다’ ‘시험 차량 1대에서만 발생한 문제다’라는 식으로 거짓 주장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요하네스 타머 총괄사장은 ‘배출가스·소음인증을 받지 않은 차량’과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변경인증을 받지 않은 차량’ 등을 수입한 혐의도 받았다.

현행법상 차량 수입자는 수입 전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인증 차량 1542대를 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변경했을 경우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되지 않은 부품을 장착한 차량 3만 9626대(폭스바겐 6종, 아우디 18종)를 수입·판매했다는 설명이다.

요하네스 타머 사장은 또 질소산화물(NOx) 배출기준을 초과한 2016년식 아우디 A3 1.6 TDI와 폭스바겐 골프 1.6 TDI 차량 102대를 수입한 혐의도 있다. 이 차량은 유럽연합(EU)의 최신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가 적용된 차량이다.

검찰은 이날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초과한 유로6 차량을 수입한 혐의와 유로5 차량 배출가스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윤씨도 추가 기소했다.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이달 6일 열린 1심에서 차량배출가스 및 소음·연비 시험성적서를 조작·제출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동훈 전 사장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유로5 차량의 EGR을 조작해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ECU에 시험모드를 인식하는 ‘이중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실내 실험을 할 경우에만 질소산화물이 배출기준에 만족하도록 했다.

검찰 측은 “배출가스 조작문제가 드러난 유로5 차량이 한국에 수입·판매된 당시 경영진 힐 전 총괄사장과 박 전 사장이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알고도 숨긴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트레버 힐 전 총괄사장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을 지냈고, 박 전 사장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산하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역임했다.

박 전 사장은 또한 부품·소프트웨어 변경인증을 받지 않은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고, 연비시험 성적서 등 조작에도 관여한 혐의를 적용 받았다.

▲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시험성적서 조작 과정 개요도 (제공: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찰은 앞서 배출기준을 초과하거나 배기관 누설문제로 압수했던 유로6 기준 1.6리터 EA288엔진을 장착한 2016년형 아우디 A1 292대와 A3 314대, 폭스바겐 골프 350대 등 총 956대를 국외 반출 조건으로 전량 반환 조치했다.

검찰은 검증 절차가 종료돼 계속 압수할 필요가 없고 배기관 누설 문제도 발견돼 국내 차고지에서 임의 수선·개조 행위를 막기 위해 반환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폭스바겐 수사에서 환경인증 관련 시험서류 조작행위를 최초로 적발했고, 환경부 인증취소를 통한 사실상 영업정지에 준하는 제재를 가했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향후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상 미비점 개선을 위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과 협의해 수입차 업계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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