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 관람하는 시민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육체 있어야 사후세계 삶 보장
초자연적 보호 받는다고 믿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영원한 삶을 원했다. 고대 이집트인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이집트인은 일찍이 인간의 영혼이 불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세계를 영위하고 그려왔다. 이러한 그들의 사상은 이집트인이 남긴 유물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신화 통해 사후세계 꿈꿔

2일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보물전’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인에게 사후세계에 대한 영원한 삶의 믿음을 심어준 것은 바로 신화였다. 여러 신화 중에 이집트를 다스렸던 태초의 왕, 오시리스(Osiris)가 그의 동생인 세트(Seth)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아내인 이시스(Isis)에 의해 되살아나 사후세계 왕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이집트인들로 하여금 죽음을 준비하며 사후세계의 삶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영원한 삶과 미라

이집트에서 멀지 않은 유럽 문명권에서는 사람을 두 부분, 즉 ‘육체(body)’와 ‘혼(soul)’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이런 관점은 그리스, 유대교,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비롯됐다. 고대 이집트인은 육체와 혼 외에도 더 많은 요소가 사람을 구성한다고 봤다.

이집트인은 육체를 살아있는 상태와 죽음이후의 상태로 나눠 생각했다. 살아있는 육체는 ‘카트’ ‘이루’라고 불렀다. 죽음 이후의 육체는 이집트어로 미라를 뜻하는 ‘사’로 불렀다.

영원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육신’이었다. 사후세계에서의 영원한 삶은 죽은 사람의 몸이 보존돼야 가능하다고 믿었다. 주검을 미라로 만드는 것은 장례 절차의 시작이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기원전484~425년경)는 미라제작 과정에 대해 기록했는데, ‘가장 완벽하게 만드는 방법’ 이외에 비용에 따라 다양한 제작 방법이 있었다. 탈수 상태의 미라로 만들어질 때까지는 약 70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영원한 삶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고 봤다.

▲ 신들에게 봉헌하는 모습이 담긴 비석(왼쪽)과 봉헌의식 새김돌 ⓒ천지일보(뉴스천지)

죽은 자가 내세로 들어가려면 심판 과정 중에서 자신의 생전 삶에 대해 증언해야 하는데,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기관이 심장이었다. 그래서 심장은 시신 속에 반드시 남겨뒀다.

보존된 육체는 심장을 담는 그릇이고, 영혼이 쉬는 안식처에 그치지 않았다. 육체가 있기에 죽은 자는 사후에도 움직일 수 있고 초자연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미라를 감싼 붕대도 사후세계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믿었다. ‘아마천’으로 만든 붕대는 영원한 삶을 위해 미라 자체를 보호했다. 또 죽은 이를 사후세계로 잘 인도하기 위한 지식을 적어뒀다. 이 붕대에는 ‘사자의 서’ 제112장에서 제116장까지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는 죽은 이가 이집트의 특정한 장소를 지키는 신들의 이름을 외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후세계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기원했다.

◆사후세계 풍요로운 삶 바란 ‘부장품’

영원한 삶은 풍요로움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신분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현세의 삶이 사후세계에서도 지속되기를 바라던 상류층은 성대하게 장례를 행했다. 특히 사후세계에서도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껴묻거리(부장품, 副葬品)’를 넣었다. 보석으로 만들어진 장신구, 화장도구, 음식을 담았던 많은 항아리 등 종류도 다양했다.

▲ 놀이판인 ‘세네트’, 승자는 사후세계에서 환생할 수 있는 기회 얻는다고 믿음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물처럼 생긴 ‘구슬 목걸이’도 껴묻거리에 사용됐다. 이는 죽은 이의 몸을 공격하는 부정적인 힘을 막아주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후기왕조 시대 말에는 크기가 더욱 커져 미라를 감쌌던 아마천 수의를 대신해 온몸을 덮는 구슬 그물이 사용되기도 했다.

사후세계에 하인처럼 부릴 수 있는‘삽티’라는 인형도 무덤에 함께 넣었다. 살아생전 지위가 죽어서도 유지되길 바랐던 것.

‘세네트’라는 놀이판도 무덤에 넣었다. 이는 우리나라 윷놀이와 비슷하다. 두 명이 단추처럼 생긴 말과 고깔처럼 생긴 말을 각기 7개씩 나눠 가로 3칸, 세로 10칸의 격자판에 막대기처럼 생긴 주사위를 굴려서 자신의 말을 옮겨가며 진행했다.

이 놀이에서 승리한 사람은 사후세계에서 환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3000년 이상 이집트에서 인기 있는 놀이로 행해졌고, 그 놀이판이 무덤에 부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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