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서 장을 보고 있다. 시민들은 연일 이어지는 물가상승 소식에 부담감을 호소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계란가격 한달새 32% 급상승
대파·고추 등 채소 값도 올라
“명절 차례상·선물 고민 많아”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가격이) 안 오른 게 없어요. 장 보러 오면 항상 사다 놓는 라면과 맥주, 계란 등 가격이 모두 올라 장바구니에 뭐 담기가 무서워요.”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전업주부 한진희(45, 서울 용산구)씨는 “빠듯한 공무원 남편 월급으로 시도 때도 없이 오르는 물가를 감당해내기가 힘에 부친다”며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 아이의 교육비와 대출 이자 등 갈수록 팍팍해지는 생활에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연말연시 식품업계의 도미노 가격인상과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밥상 물가’ 근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식품으로 꼽히는 라면과 맥주는 지난해 연말 평균 6% 가격 인상을 감행했다. 콜라와 환타 등 탄산음료 가격도 평균 5% 인상됐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맥스 등 전 맥주 브랜드의 출고가격을 평균 6.33% 인상했다. 오비맥주도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국산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다. 

라면업계 1위 기업 농심은 18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5.5% 올렸다. 신라면은 780원에서 830원으로, 너구리는 850원에서 900원으로, 짜파게티는 900원에서 950원으로, 육개장사발면은 800원에서 850원으로 인상했다.

AI로 인한 계란값 상승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 한판(30개 특란) 가격은 2일 기준 8251원에 달한다. 일주일 전(7510원)에 비해 9.9%나 상승한 것이다. 계란값은 한달새 32.1% 오르는 등 가파른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 계란 한판 이상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가 내려진데다 조기 품절사태로 30개들이 한판은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만큼, 15개들이 계란 가격을 토대로 계산하면 30개 계란 가격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계란 수요가 집중되는 이달 말 구정을 앞두고 계란 가격은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 당장 AI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계란 수급이 정상화하기 위해선 적어도 3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연일 이어지는 물가 상승에 대한 하소연을 쏟아냈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 권은비(24, 서울 동작구)씨는 “주로 사먹는 식품들의 가격이 인상돼 부담이 많이 된다”며 “라면이나 맥주도 마음 편히 못 사는 현실이 슬프다”고 푸념했다.

권선옥(54, 여)씨는 “라면이나 계란만 가격이 오른 게 아니다. 대파, 마늘, 당근, 고추 등 채소 가격도 다 올랐다”며 “이제 곧 설도 다가오는데 차례상이며 선물이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모(47)씨는 “아이들이 계란을 잘 먹어서 항상 사 놓는데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계란 구하기도 어렵다”며 “30개짜리 계란 한 판은 보기 힘들고, 직장 때문에 오후 늦게 장을 보러 나오면 15개짜리 계란도 못 살 때도 있다”고 난감해 했다.

한편 정부는 1월 중에 성수품 공급 확대 등을 포함한 설 명절 민생대책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빵·음료 등 가공식품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선 소비자단체 등과 협력해 가격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인상 품목에 대해서는 원가분석 결과도 소비자에게 적극 알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획재정부에서 주관하는 경제 관계장관회의와 비상경제 TF를 중심으로 가격 동향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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