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책위 대표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납치감금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이길상 기자] 통일교는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도 납치감금에 대한 현실을 알리는 기자회견과 함께 납치감금 사건의 빠른 해결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일본대사관에 제출했다.

‘일본 통일교인 납치감금으로 인한 한국 인권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 대표 50명은 2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납치감금 공포로 인해 친정인 일본을 가지 못하는 절박한 사정과 납치감금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 및 탄원서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대책위는 전세버스를 타고 일본 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곧바로 납치감금, 강제개종에 관한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들의 피해 상황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책위는 시종 차분하고 질서가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비장함이 감돌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책위 에리카와 위원장과 ‘재한일본인남치감금피해자회(피해자회)’ 다나카 대표는 일본 대사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피해자회 다나카 시카코 대표 외 323명은 일본대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저희가 일본에서 신앙 때문에 받아온 박해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피해의 실정을 알려 드리고 저희의 인권을 보호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탄원서를 준비했다”며 일본대사의 깊은 이해와 지원을 부탁했다.

▲ 탄원서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 대책위 에리카와 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어 대책위 에리카와 야스에 위원장은 “납치감금이란 통일교를 반대하는 개신교 목사들과 개종(改宗) 장사꾼들이 변호사·부모·형제 등을 동원해 ‘자녀를 보호한다’ ‘대화한다’는 구실로 신자를 강제로 납치, 통일교 탈퇴를 표명할 때까지 장기간 감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리카와 위원장은 “한국에 시집와 살고 있는 통일교 일본인 여성신자 7000명 가운데 약 300명은 납치감금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더 많은 일본 부인들이 납치감금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고향을 방문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호소했다.

대책위가 확인한 결과 많은 부인들이 일본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경찰의 납치감금 문제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게 피해를 신고해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책위는 일본인 여성들이 안전하게 고향에 갈 수 있도록 일본 당국이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 줄 것을 다음과 같이 탄원했다. 탄원서의 내용은 ▲종교적 차별이나 편견에 근거한 통일교인 납치감금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권을 보호해 줄 것 ▲납치감금이 일어날 경우 경찰이 즉시 개입해 신변을 보호해 줄 것 ▲현재 일본 내에서 납치감금돼 있는 사람들을 파악해 경찰의 입회하에 공개적으로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줄 것 ▲납치감금에 관여해온 사람들의 위법성을 확인해 법적·도의적 책임을 묻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것 등이다.

▲ 대책위 에리카와 위원장이 납치감금 사건으로 사망한 신자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본에서 통일교 신도의 납치감금 사건은 1966년부터 발생됐으며 현재까지 납치감금으로 피해를 입은 신도는 약 4300명에 이른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한편 지난 2008년에는 납치감금 피해자 중 한사람인 고토 토로우 씨가 감금된 지 12년 5개월 만에 탈출했다. 키가 182㎝인 코토 씨의 탈출 당시 몸무게는 초등생 5학년 정도인 39㎏이었다. 고토 씨는 친족 등에게 나가타와 동경에 소재한 아파트에 납치감금돼 통일교를 탈퇴할 것을 강요당했다.

이로 인해 그는 31세부터 44세까지 귀중한 인생의 황금기를 빼앗겼다. 뿐만 아니라 감금 중에 개종 전문가들에게 온갖 굴욕을 당했으며 친족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너무도 괴로워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대책위 측은 전했다.

통일교 측은 고토 씨의 사건을 계기로 납치감금으로 인한 인권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납치감금 피해자인 테라시마 게이코(45세, 여,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가명) 씨는 통일교 신자로서 한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으며 4명의 자녀는 낳았다. 테라시마 씨는 일본에서 두 번이나 납치감금을 당했다. 그는 “친정 일본에 가고 싶어도 납치감금의 공포 때문에 갈 수 없다”며 “일본 당국이 납치감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일본 공항까지 갔다가 친정에 가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사연도 얘기했다.

두 번에 걸쳐 총 242일간 납치감금 당했던 하라 사유리(43, 여, 대전시 중구 부사동) 씨는 “통일교 반대 일본목사와 개종 사업자들이 감금 장소를 마련하고 조직적으로 개입해 납치감금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일본이 법치국가라면 법치국가답게 불법행위를 엄벌해 주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하라 씨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납치감금을 주도한 목사와 개종사업자들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에 상처가 남아 있다고 했다. 그녀도 한국인 남편 사이에 3명의 자녀를 낳고 살고 있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가 나서 납치감금 문제를 잘 해결해 줘서 가족들과 친정을 자유롭게 다녀 올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소망한다고 그는 말했다.

통일교인 납치감금 사건 소식을 전해들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한기남 사무처장은 “당황스럽다”며 “법치국가인 일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 처장은 “종교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교 측은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납치감금 사건은 단순한 가족 간 또는 종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인권을 탄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문화 사회로 변화돼 가고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부인들이 납치감금의 공포로 고향인 일본에 가지 못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탄원서 제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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