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고 인플루엔자 환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는 등 독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1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소화아동병원에서 독감 등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주일새 42% 급증 조기 방학 검토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계절 인플루엔자(독감)가 최근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환자 발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인플루엔자 환자도 1주일새 7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질병관리본부(질본)의 표본감시 주간소식지에 따르면 제51주(12월 11일∼12월 17일) 기준 초·중·고교 학생연령인 7~18세의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53명으로 전주보다 42% 급증했다. 이는 과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2월 셋째 주 보다 앞선 수치로 1997년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로 확정됐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인플루엔자 환자 발생이 가장 적은 연령대는 65세 이상(외래환자 1000명당 9명)이었으며 50~64세(외래환자 1000명당 22.2명)가 그다음으로 낮았다.

소아·청소년 독감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자 보건당국은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유행 기간에 한정해 10~18세 독감 환자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해당 환자는 독감 유행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기존 항바이러스제 구입비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정기석 질본 본부장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소아·청소년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난 6년 동안 대부분 방학 중에 독감이 유행했는데 올해는 학기 중에 유행하는 바람에 청소년 환자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보건당국은 교육부와 협의해 조기 방학도 검토 중이다. 집단 활동으로 인한 독감 확산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시내에서도 초등학교 1개교가 26일로 예정된 방학을 22일로 앞당겼다. 전남 광주에 있는 한 중학교는 22일부터 단축수업에 들어갔다. 45분 수업시간을 10분씩 단축해 학생들이 평소보다 1~2시간 빨라진 2~3시께 하교하도록 했다.

보건당국이 사후 대응에 힘쓰고 있지만 올해 독감이 유행하기에 앞서 보건당국이 마련한 예방시스템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보 체계가 갖고 있는 허점 때문에 학교 내 독감의 대유행을 막지 못하는 늦장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다.

보건 당국은 전체 연령대 독감 환자 수를 기준(1000명당 8.9명 초과)으로 지난 8일 유행주의보를 발령했고 이 시기에 맞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역시 독감 예방 및 확산방지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지난 8일(49주 기준)엔 이미 학생 독감 환자 수가 전체 환자 수의 3배,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 4.6배에 이른 시점이었다. 학령기 독감 의심환자가 유행 기준을 넘어선 것은 이미 11월 셋째 주(1000명당 9.8명)였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특정층에서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독감 예비주의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현재 독감 의사환자 8.9명을 넘으면 유행주의보를 내리는데 앞으로 노인층, 학생층, 유아층 등으로 구분해 예비주의보를 내리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발생 현황을 일별로 살펴보면 지난 12일에는 외래환자 1000명당 55.8명이지만, 15일에는 62.4명, 17일에는 78.8명으로 높아졌다.

앞으로도 길게는 내년 봄까지 인플루엔자 유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서두를 것을 당부했다. 고위험군 가운데 현재 65살 이상 노인은 보건소에서, 6∼12개월 영아는 지정 병·의원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고, 생후 12∼59개월 소아와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은 지정 병·의원에서 유료로 접종하면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