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노도(狂風怒濤)의 시대’가 또 다시 밀려들고 있다. 흔히 정치 일정이 모호했던 80년대 중반기를 두고 표현했던 이 말이 요즘에 들어 세간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 치 앞을 정확히 진단할 수 없는 안개정국이라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재등장되는 용어들, 즉 혼미(昏迷)정국, 식물정부, 탄핵정국이라는 일컬음이 횡행하는 것은 분명 우리 시대가 맞는 비운이기도한데, 그 근저에 최고지도자가 개재돼 있고, 우왕좌왕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끼어있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일대 등 전국에서 232만명이 모여 6차 촛불집회를 가졌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1500여 시민단체가 연대·주최한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행동’ 행사에 이만큼 다중이 모인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성난 촛불민심의 최종 목표 지점은 청와대를 향해져 있었고, 구호의 알맹이는 ‘대통령 퇴진’이었다. 그간 5차례의 촛불 민심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지난달 29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한 민심이 더욱 격앙해진 결과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개인적 비리로 귀착시키면서 자기잘못이 없다고 항변하면서 성실히 임하겠다던 검찰 조사를 끝내 뿌리쳤다. 그동안 국민불신의 화신인 양 정치를 폄하했던 기존 태도를 바꿔 국회 결정에 운신을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그에 따라 새누리당은 4월말 퇴진, 6월말 대선이라는 가닥을 당론으로 삼아 야3당의 탄핵정국에 대비하고 있지만 야권에서는 9일 국회본회의에서 탄핵 통과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점점 안개정국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시국이니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촛불민심은 더 활활 타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시국은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하는 불확실성으로 둥지 틀고 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과 국가·사회적 위기가 동시에 몰려와 난국을 만든 셈인데, 적극 대처해야 할 국내외적 상황에서도 속수무책이니 식물정부요, 무능한 정치를 탓하는 국민 지적은 타당하다. 국가위기를 걱정하는 국민들은 사상최대의 촛불민심으로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무겁게 민심을 받아들인다’ 하면서도 밀월여행을 즐기며 자신의 안위 보장을 획책하고 있는 중이다. 이 추운 겨울에 벌써 한달 반 가까이 국민들이 전국의 거리에서 구국의 촛불을 켜고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촛불민심의 엄중한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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