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약화되는 데는 징후가 있다. 그 징후를 미리 알고 적극 대응한다면 회생의 길이 보이지만 조직 안팎에서 분열 조짐이 상당히 진척돼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가 나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 특히 생물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를 정치 조직에서는 더욱 그러한데, 새누리당이 맞이한 현실이 그 꼴이다. 집권당으로서 위세를 부리던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때 보여준 공천 전횡은 국민의 눈에는 막장드라마나 다름없었다.

결국 20대 총선에서 참패하고 여소야대가 된 상황에서 뒤늦게 패인을 찾아봐야 소용이 없었다. 비상대책위가 꾸려진 상태에서도 불협화음은 여전했지만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지도부를 장악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이정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당·정·청이 잘 협조되는가 싶더니 엉뚱한데서 메머드급 사건이 터졌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근원에 박 대통령이 깊게 관여했다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자 집권여당은 일대 위기를 맞았고, 그 와중에서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난파선이나 다를 바 없는 새누리당이 복구되려면 또 다시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하는바,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정당의 정상적인 지도부가 아닌 비대위 체제를 꾸려간다는 것은 그만큼 당이 비정상적이며 풍파가 많다는 게 증명된다. 정당의 주요 과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일과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를 내 집권당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시국은 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니 최근에 조사된 정당지지도 여론에서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 뒤처진 상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 대선에 미칠 영향이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

친박-비박 간 첨예한 대립으로 분당 조짐마저 있던 새누리당이 6인 중진협의체에서 가까스로 합의를 보게 됐다. 비박인 비주류 측에서 비대위원장 후보 3인을 추천하고 그중 1명을 비대위원장으로 결정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당에서는 새로 추대되는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당이 환골탈태하겠다고 각성할테지만, 계파 간 당내 갈등을 봉합해내 분당사태를 막으면서 실추된 당 이미지를 어떻게 끌어올릴지 두고 볼일이다. 또 탄핵정국에서 정치·경제·사회 난제들을 수습하는 여당의 자세가 어떠한지를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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