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눈·비도 분노한 촛불을 끄진 못했다. 5차 촛불집회가 진행된 지난 26일엔 눈이 오면서 일부 사전 집회는 차질을 빚었다. 이 때문에 촛불집회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곧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광장, 주요 도심에 모였다. 외신은 190만명이나 참여한 촛불집회가 평화롭게, 한편으론 축제처럼 진행됐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인의 실망감과 분노를 전했다. CNN방송은 “이번 스캔들뿐만 아니라,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약 300여명의 사망자를 냈던 세월호 침몰 사건 의혹이 뒤이어 드러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대통령에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매체 인민망은 “박근혜는 취임 이후 가장 엄준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권마다 기업에 특정사업에 대한 후원을 요청해왔고,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모금액은 일부 정상적으로 지출된 것 외에는 모두 그대로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문제는 최순실이 개인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대통령은 중립적인 특검조사에만 응하겠다며 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위 내용대로라면 현재 박 대통령은 억울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은 지금의 촛불 민심은 단순히 대통령의 행보가 위법하다 아니다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드러난 이번 최순실게이트에 대해 국민은 대통령의 솔직한 인정과 사과를 원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행보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통령이 점점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고 오히려 ‘탄핵하라’면서 뭔가 믿는 구석을 보이는 태도가 민심을 더 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 촛불민심이 민심의 전부는 아니라할지라도 이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와 지금의 민심은 확연히 다르다.

빠르면 이번 주중에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이 진짜 원하는 것은 진실에 기초한 사과와 납득할 만한 대안이다. 이전처럼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는 사과가 계속된다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은 횃불이 돼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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