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학생들이 김철홍 교수의 사과를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장로회신학대학교 홈페이지)

김철홍 교수의 ‘p.s’ 발언 도마에
“12일 집회 나갔다가 세상 하직할 수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p.s. 지난 11월 8일 덕수궁 앞에서 신학생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70~80명의 장신대 학생들 중 오는 11월 12일 토요일에 광화문 집회에 나갈 학생들은 시위 도중 주변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건장한 아저씨들이 있는지 잘 살피길 바란다. 특히 시위 도중 넘어지지 않도록 하고 넘어질 때 그 아저씨들이 다가오면 최대한 웅크려서 자신을 보호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광대뼈가 함몰되어 병원에 실려가 장기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제대로 하나님의 일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는 수도 있으니 주의 하도록.’

장로회신학대학교가 신약학 김철홍 교수의 막말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되는 발언은 김 교수가 지난 10일 장신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주술에 빠져 악령이 든 사람은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인가 아니면 누구인가?’를 게재하며 말미에 추신으로 남긴 내용이다. 김 교수는 12일 광화문 집회에 나가려는 학생들을 향해 “주변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건장한 아저씨들이 있는지 잘 살피라”며 “넘어질 때 그 아저씨들이 다가오면 최대한 웅크려서 자신을 보호하지 않으면 광대뼈가 함몰돼 병원에 실려가 장기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세상을 하직하는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 글을 본 학생들은 크게 분노했다. 비판 댓글이 이어지며 공개 사과 및 교수직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글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김 교수는 해당 추신을 지우며 “p.s. 지난 번 p.s.에 대한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이 내용을 수정해 달라는 요청이 학교로부터 들어와 제가 이 부분은 눈물을 머금고 삭제함을 아쉽게 생각합니다”라고 남겼다. 이에 학생들은 사과 없이 해당 글만 삭제한 김 교수에게 다시 한 번 분노를 표출했다.
 

▲ 11일 학생들이 김철홍 교수의 사과를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장로회신학대학교 홈페이지)

사태가 확산하자 임희국 서원모 박경수 안교성 이치만 김석주 손은실 등 교수 7명은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김 교수에게도 사과를 촉구하는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과 대신 공개토론회를 진행하겠다고 제안해왔다.

급기야 장신대 학생 81명은 11일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토론이 아닌 사과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이 성명이 공개된 게시판에는 추가로 29명의 학생이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학생들은 “공개토론이 아닌 공개적인 사과를 표명함과 함께 교수로서 신분을 망각하고 학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에 대해 마땅히 책임 질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해당 글에서 국정농단 논란 최순실에 대해 “최순실 집사가 그 동안 출석한 교회의 교파는 순복음, 장로교, 감리교 등 어느 특정 교파에 치우치지 않고 입장이 교파들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것을 놓고 볼 때, 적어도 최집사가 교회를 선택하는 취향(taste)은 매우 에큐메니칼(ecumenical)하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최순실 집사와 그의 가족들은 다양한 기독교 교파, 로마 카톨릭 교회, 점집과 같은 민속종교, 불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적 경험을 융합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며 “에큐메니칼 신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순실 집사과 그의 가족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진정한(?) 종교 간의 대화(inter-religious dialogue)를 시도한 보기 드문 기독교인이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아울러 “놀라운 것은 그 동안 에큐메니칼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주장하던 교수들이 임성빈 총장을 포함해 다 하나같이 이렇게 더 할 나이 없이 에큐메니칼한 최순실 집사가 절대로 기독교인이 아니고 무당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수적인 복음주의 신학의 길을 걷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이 신학자들이 ‘이같이 속히’ 에큐메니칼 신학을 ‘떠나’ 15년 동안 교회 예배에 출석한 최순실 집사를 무당으로 만드는 시류에 ‘따르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개신교계 내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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