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자가포식’ 연구에 50년 외길을 걸으며 한 분야 연구에 평생을 매달린 결과이다. 일본이 기초과학 분야를 집중 지원해 과학 분야에서 3년 연속 노벨상을 수상하며 기초과학의 강국이란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일본은 2014년 노벨물리학상,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에 이어 3년 연속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반면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매년 노벨상 수상자 발표시기가 되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노벨상에 대한 기대는 간절하지만 기초과학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이유는 기초과학연구 홀대와 단기 성과위주의 R&D 탓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국가R&D 예산도 19조원이 넘는다. 그렇지만 기초과학 연구과제에 배정된 예산은 6%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부나 대학, 연구기관은 단기성과에 집착하다 보니 당장 돈이 되는 정보통신, 반도체 등 응용과학에 매달리고 있다. 1년 단위로 성과를 검증받는 연구과제도 허다하다. 대학이나 기초기술연구기관에도 중소기업 지원을 요구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 한 노벨상 수상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노벨상에 도전하는 국가 R&D 청사진을 준비할 때다. 일본은 지난 1월 내놓은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매년 26조엔(약 281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2049년에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과학굴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리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R&D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과학기술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정부가 인공지능(AI)의 연구·개발을 한다고 나서고 포켓몬고 열풍이 불자마자 가상현실(VR)을 국가의 핵심 R&D 사업에 포함하는 등의 근시안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시류에 편승하는 ‘보여주기식’ R&D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가지고 기초과학 분야 연구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당장 기업에 필요한 응용과학도 기초과학이 부실하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엄청난 규모의 R&D투자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R&D 성과체제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에서 이뤄진 전체 R&D 규모는 2014년 기준국내총생산(GDP) 대비 4.29%인 63조 7341억원(605억 2800만 달러)이다. 4569억 7700만 달러인 미국이나 1912억 500만 달러인 중국에 비하면 크게 적지만 GDP 대비 비중으로는 미국(2.73%)이나 중국(2.08%)보다 오히려 훨씬 높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0대 분야 120개 전략기술에서 국가별 최고기술 보유현황은 미국은 97개, 유럽연합(EU)은 13개, 일본은 9개, 중국은 1개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없다. 기술무역수지는 2010년 1분기 이후 올해 1분기까지 25분기 연속 적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 수지는 2014년 45억 3000만 달러 적자, 2015년에는 40억 달러 적자였다. 다행이 올해 1분기 7억 8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 19억 7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줄었다.

국가R&D 체제의 전면 개편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12개 국가기관에서 18개의 R&D사업 관리 전담기관이 있고 연구관리 시스템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규정만도 111개에 달한다. 과제 수행을 위해 정부 출연연은 평균 4.7개, 대학은 평균 8.2개의 연구관리 전담기관과 협약을 맺는 등 행정 부담도 크다. 연구과제의 중복은 물론 연구에 대한 정부기관의 간섭도 많다고 한다. 또한 R&D의 성과를 실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사용하는 정부 R&D 과제를 입안하는 단계부터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국가 R&D 투자(정부+민간)를 GDP 대비 5%까지 높이겠다고 한 국가 R&D 투자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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