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지난 9월 20일 골드만삭스가 주최하는 연례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브라이언 로버츠 컴캐스트 회장은 “내년 중순부터 컴캐스트의 와이파이 네트워크와 가상이동통신망(MVNO)을 활용해 28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컴캐스트는 미국 최대의 케이블TV·초고속인터넷 회사이다. 또한 컴캐스트는 지상파 NBC방송과 24시간 뉴스 채널 MSNBC, 스포츠 채널(골프TV),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다. 최근에 ‘슈렉’과 ‘미니언즈’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를 보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 유선통신과 콘텐츠 미디어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컴캐스트는 미국 내 가장 많은 1500만개에 달하는 와이파이 핫스폿을 제공하고 있는데 와이파이 지역에서는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이동할 때는 버라이존 네트워크에 접속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버라이존과 컴캐스트는 이미 2011년 MVNO 제공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가입자가 100%를 넘어선 포화 상태이다. 1위 버라이존이 시장점유율 35.4%, 2위 AT&T가 32.5%, 3위 T모바일이 16.0%, 4위 스프린트가 14.6% 기타 1.5%로 경쟁이 치열하다. 전문가들은 컴캐스트가 이동통신 사업에 뒤늦게 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확보보다 기존 가입자들의 인터넷과 TV 해지를 방어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컴캐스트는 케이블TV 가입자 2239만명으로 미국 내 1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2398만명으로 1위이며 전화(VoIP) 가입자만도 1164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TV 없이 사는 가구가 늘면서 기존 가구의 초고속인터넷과 케이블TV 해지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컴캐스트는 집에서 케이블TV를 시청하지 않고 인터넷도 무제한 데이터로 가능해지자 가입자가 이탈하는 것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컴캐스트가 불가피하게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TV, 인터넷에 이동통신까지 결합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해서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츠 회장도 이날 콘퍼런스에서 “신규 이동통신 사업이 가입자 이탈을 막고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컴캐스트가 내년 이동통신 사업을 성공리에 연착륙시킨다면 미국 최대 ‘통신미디어’ 회사로 발전하게 되고 컴캐스트의 막강한 콘텐츠도 모바일 사업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컴캐스트의 이동통신시장 진입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시장도 미국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다른 점은 거대 통신3사 체제 (KT, SKT, LGU+)가 15년 이상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종텔레콤 등 중소 유선통신사업과 케이블TV 산업이 가입자 이탈과 성장 모멘텀 부재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먼저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 또한 중소유선통신과 유선방송사업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과거 몇 차례 유찰된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과 연계해서 중소 유선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업계가 상호 발전하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자 선정으로 통신 분야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신규투자 확대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중소 유선통신업계와 케이블TV업계는 TV,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이란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해서 기존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J 등의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활용하면 신규사업자의 안정적인 정착과 유선통신업계와 케이블TV업계의 연착륙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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