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태고종은 5일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문화전승관에서 제125회 임시중앙종회를 개최한 가운데 폭력사태로 구속됐다가 최근 업무에 복귀한 총무원장 도산스님이 거취를 표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태고종 중앙종회, 찬반 양측 거취문제 두고 격론
법정소송 결과 최대 분수령… 사태 장기화 불가피 
 

[천지일보=박준성·차은경 기자] 한국불교태고종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도산스님의 거취문제로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중앙종회의원(국회의원 격)들이 찬반으로 갈려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 논쟁이 일었다.

태고종 중앙종회(의장 설운스님)는 5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대회의실에서 제125회 임시중앙종회를 열었다. 중앙종회에는 재적의원 54명 중 41명이 참석했다.

도산스님은 폭력사태의 중심에 섰던 자신의 과오를 참회하고 종회에 재신임을 물었다. 그러나 반대 측은 사회법상 형이 확정된 도산 총무원장을 향해 종도들 앞에 참회하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가 법정 유죄확정 이도산은 퇴진하라’ 등의 피켓으로 압박했다. 이에 도산스님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혜일스님이 제기한 ‘총무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거취문제를 결정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거부했다.

태고종 중앙종회는 첫 번째 안건으로 ‘총무원장 도산스님의 거취 표명의 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안건 채택 여부를 두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스스로 물러나야” vs “탄핵·징계 없이 안돼”

도산스님 측은 혼란을 막고 종단 운영 정상화를 위해선 총무원장이 필요하며, 협력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사회법으로 형이 확정된 이상 종무원법에 따라 총무원장 자격이 상실됐기 때문에, 종회에 설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월 2심 재판부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도산스님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된 상태다.

자운스님 등은 도산스님이 총무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자운스님은 “종도로서 종헌종법을 지켜야 한다. 자의적인 종헌종법 해석이 작금의 종단사태를 야기했다”면서 “도산 총무원장은 6개월 이상 영어(감옥)의 몸이 됐다.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지담스님도 “임기 중이라도 당선무효와 결격 사유는 종법 곳곳에 있다”며 “형 확정과 동시에 이미 총무원장 지위를 잃었다. 오늘 종회에서 거취를 밝힌다는 안건이 상정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송헌스님은 “종헌종법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한다”며 “‘임기보호 조항’에 따르면 (총무원장 등) 종무위원은 탄핵·징계가 없는 한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2시간 가까이 ‘의사진행발언’으로 찬반 주장을 펼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내, 결국 종회는 안건순서를 조정해 도산스님 거취문제를 마지막에 다루기로 하고 안건을 상정했다.

▲ 태고종 종회 회의장 바깥에 도산스님의 총무원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들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직무정지 소송서 패하면 “내려놓겠다”

도산스님은 거취 표명에 앞서 종단의 신뢰를 추락시킨 폭력사태에 대해 참회했다. 스님은 “부덕한 저 자신이 초래한 행동의 결과로 종단에 커다란 피해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은 자책과 참회를 드린다”며 “부족한 저를 종단의 대표자인 총무원장으로 선출해준 종도들과 이번 사태로 마음고생을 하신 종연스님을 비롯한 종단 소임자, 불자들에게도 머리 숙여 참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간의 잘못으로 불러온 엄청난 결과에 대해 과연 어떻게 종단과 종도에게 치유와 보상을 해야 할지 매일 새벽, 참회의 기도를 올리며 생각해 보았다”면서 “많은 생각 끝에 저를 믿고 지지해 준 종무원장 및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의 주요 소임자들과 신중히 논의해 거취를 정하고자 종단에 복귀하게 됐다”고 밝혔다.

도산스님은 거취 문제에 대해선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혜일스님이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소송에는 적극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도산스님은 “이번 소송은 저에 대한 과오를 따지기에 앞서 종법에 규정된 권한을 무시한 채, 권한 없는 자들이 자신의 주장만으로 종단과 종법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차기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단 주요 교직자들의 지위와 신분을 흔드는 사태를 단절시켜 다시는 (종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의견을 따라 금번 가처분 소송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소송의 부당함이 법원의 결정으로 판가름나면 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다. 만약 인용된다면 저 역시 총무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도산스님의 정치적 기반인 보우승가회에 속한 의원스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태고종 중앙종회는 법원 판결에 따라 총무원장 거취 문제를 매듭짓기로 결론을 내렸다.

태고종 중앙종회는 이날 종헌종법의 상치되는 부분을 개정하고 입법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종헌종법 개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또 종단 교육기금 환수를 거부하고 있는 전 종회의장 혜공스님에 대해 징계와 함께 법적으로도 조치할 것을 결의했다. 혜공스님은 종회 결의에 반발했다. 스님은 “내가 공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명예회복을 해주지 않는다면 절대 반환하지 않겠다. 반환하더라도 차기 총무원장에게 하겠다”고 밝혔다.

도산스님 거취 문제로 또다시 법정 소송에 휘말리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태고종 집행부가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종단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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