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산자’ 유준상,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주연 배우 유준상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물 발자취 따라가며 지역 여행… 구전된 이야기 들어
도회적이고 특유의 유머 가진 차별화된 흥선대원군 완성
난 치는 연기 위해 소산 박대성 선생께 수묵화·인생 배워

인생에 대해 항상 고민…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고파
미술관 자주 다녀… 책 한 권 읽는 것 같은 영향 받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이야기가 영화 ‘고산자-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지도는 나라가 독점한 상태였다. 김정호는 백성과 나누고자 하는 일념으로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의 지도를 손에 넣어 권력을 장악하려는 흥선대원군 역은 배우 유준상이 맡았다.

드라마면 드라마, 영화면 영화, 뮤지컬이면 뮤지컬 등 각기 다른 연기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유준상은 흥선대원군 역을 준비하기 위해 관련 문헌을 조사하고 박물관·미술관을 찾아가는 등의 열의를 보였다. 덕분에 그동안 흥선대원군 하면 떠오르는 백발이며, 수염이 풍성한 할아버지가 아닌 도회적이고 특유의 유머가 있는 차별된 흥선대원군이 완성됐다.

개봉 전 만난 유준상은 흥선대원군이라는 배역을 만나서 신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스크린에 그대로 드러났다.

“왕족을 연기하니 몸이 바로 펴지더라고요. 촬영하는 내내 정말 많은 사람이 저한테 고개를 숙였어요(웃음).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많이 들더라고요.”

유준상은 언론시사회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던 것처럼 흥선대원군을 연기하기 위해 자료조사에 나섰다. 그는 “캐릭터를 연구했다기보다는 여행한 것 같다. 흥선대원군의 발자취를 따라서 실제로 그가 있던 지역에 가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여행을 아주 잘했다. 흥선대원군이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불태운 절에 가봤고, 흥선대원군과 그의 아버지 묘도 가봤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도 실제로 보고 왔다”고 회상했다.

▲ ‘고산자’ 유준상,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주연 배우 유준상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영화에서 흥선대원군이 안동 김씨 일가에게 받은 수모와 치욕을 난 그림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위해 유준상은 일주일에 3번씩 경주로 내려가 수묵화를 배웠다. 그는 “소산 박대성 선생님에게 인생을 배웠다. 흥선대원군의 이야기를 듣는데 ‘과연 난을 치는 흥선대원군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헤아리면 헤아릴수록 가슴이 아팠다. 오죽하면 이렇게 많은 작품을 남겨 놓으셨나 싶다”고 말했다.

박대성 선생은 유준상에게 난을 치는 것보다 글씨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씨를 잘 써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생님은 글을 쓴 사람의 삶과 쓴 글이 일치한다고 하셨다. 결국 좋은 배우로 성장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훈련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하면서 흥선대원군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저평가 받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역사적으로 흥선대원군처럼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신 분이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이 영화에선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흥선대원군의 새로운 모습이 나옵니다. 정확할 때는 정확하게 선을 긋지만 민심을 헤아리고자 할 땐 넓은 아량으로 헤아리죠. 흥선대원군이 영화에 많이 나오진 않지만 나오는 부분을 재밌게 촬영했고, 연기하면서 흥선대원군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유준상의 긍정적인 기운은 인터뷰하는 기자들까지도 즐겁게 만들었다. 그는 “제가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발자취를 쫓아다니는 시간이 너무 재밌었다”며 “어렸을 때 배웠던 공부를 떠나서 우리 것이 정말 중요한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고산자’ 유준상,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주연 배우 유준상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생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죠. 사람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나가는 거죠. 미술관을 심하게 많이 다녀요. 지방에 가도 지역 미술관을 반드시 가요. 미술관을 가면 마치 제가 책 한권 읽는 것만큼의 좋은 영향을 받으니까요.”

사실 유준상이 맡은 흥선대원군은 영화 속에서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이에 대해 유준상은 “제가 생각하는 배우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전달자다. 무대에서 계속 공연을 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내고 보러 오시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든 드라마든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한다. 대본을 잘 활용해서 캐릭터를 만드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우리나라는 어딜 가도 아름답고 역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어요. 공부하면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역사적으로 너무 힘든 고난의 나라이고 해결되지 않은 많은 일이 있음에도 계속 갈 힘은 그런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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