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진웅.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드라마 ‘시그널’에서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직진하는 우직한 이재한 형사로, 영화 ‘아가씨’에선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후견인 이모부 코우즈키로 선과 악을 넘나드는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선보이는 배우 조진웅.

이번엔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에서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는 쌍둥이 형제 동근과 명근, 1인 2역을 연기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진웅을 만나 영화 ‘사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조진웅과 일문일답.

- 어떤 부분에 이끌려 ‘사냥’을 선택하게 됐나.

추격하는 상황 속에 던져진 인물들 사이의 긴장감과 호흡이 상당히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사냥’은 맹목적인 목적이 매력적이었다. 당위성도, 이유도 없이 산을 휘젓는 동근과 명근에 대해 풀고 싶었다.

또 무엇보다도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어떤 작업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작을 맡은 그분들과 스텝들이 모두 ‘이 영화는 잘 될 거야’라는 기대를 갖고 노력했다.

▲ 조진웅.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 산속에서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영화 촬영을 겨울에 했다. 화면을 보니까 별로 안 춥게 나왔다. 나중에 오한이 와서 손가락 까닥 못했는데 진짜 안 춥게 나와서 억울했다.

저는 이 몸을 이데아가 지배하지 못하는 구석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컨트롤을 잘할 수 있는 배우 중에 하나라고 자부심을 가진다. 물에 누워있는 장면에서 정말 힘들었다. 그 얼음장 같은 물은 사실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너무 추워서 몸이 제어가 안 됐다. 순간 “너무 떨어서 카메라를 못 돌리겠어”라는 말을 들었고, “카메라 돌리면 가만히 있을 거야”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내 몸은 1분 동안 아무 짓도 안 하겠다고 주문을 걸었다. 그리고 카메라가 돌았고 ‘컷’하는 순간 내 몸이 풀리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턴 통제가 안 됐다.

- 안성기 선배를 때리는 장면이 많았는데 어땠나.

쉽지 않았다. 안 선배님 멱살 잡을 수 있겠냐. 영화 속에선 못 잡으면 안 되니까 해냈다. 근데 안 선배님께서 초반에 잘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셨다. 원래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나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안성기 선배님 뵀었다. 선배님이 “너랑 나랑은 동료야. 그걸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이 영화 망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발로 차는 장면을 찍기 전에 두 번, 세 번 연습했다. 이 등치가 보통 등치가 아니다. 잘못하다가 밟을 수도 있으니까 많이 긴장하고 연습한 거다. 근데 안 선배님 배에 다치지 말라고 댄 소품이 연습 때보다 얇은 거다.

그래서 ‘컷’하고 너무 얇다고 하니까 안성기 선배님이 ‘너무 티가 나는 것 같아서 내가 댔어. 너무 티가 나는 것은 거짓말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모습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에이, 죽어뿌라’ 하면서 밟았다. 너무 세게 밟았다. 끝나고 나니 선배님이 “그래서 델 걸 그랬나”라고 말씀하시더라(웃음).

▲ 조진웅.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 힘든 점은.

배우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자신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기사화되고 그게 이슈가 되고 그런 것들 말이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하루살이가 입안으로 들어 와서 침을 뱉었더니 지나가는 시민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되게 묘한 타이밍이었다. 설명하기도 곤란하고 하루살이를 먹고 싶진 않았다. 뱉은 침을 보니 하루살이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차기작 안투라지 코리아는 어떤 작품인가.

연예계 일상을 담은 드라마다. 이번에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은갑으로 나오는데 좋은 롤모델이 우리 회사 이소영 대표 말이다. 그분이 했던 말이 대본에 그대로 나와 있었다. 그래서 그 에피소드는 대사도 안 외우고 내 느낌대로 했다.

내가 어떤 영화에 물망에 올랐는데 까였다. 인지도도 안 되고 그랬던 시절 주연에서 까였는데 나는 기대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내가 “어떻게 됐어요. 대표님” 하니까 대표님이 “그쪽 제작사가 별로인 거 같아 어쩌고저쩌고”하셨다. 그때 내가 까인 것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표님이 왜 그 음색이었는지 왜 더 흥분해서 말하고 나를 기쁘게 했는지 이번 배역을 맡으면서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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