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냥’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목숨 건 산 속 추격전 벌어져
인간 속 욕망·본성 드러나

안성기·조진웅 연기 변신 강력
적합한 ‘산’ 찾느라 4개월 발품
카메라 등에 메고 생동감 살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영화 ‘사냥(이우철 감독)’은 인간의 탐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노골적으로 그렸다.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전라도 무진의 외딴 산은 아무도 다니지 않은 버려진 산이다. 하얗고 늙은 것이 출몰한다는 소문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 줄었다. 한 노파(예수정 분)가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폐탄광으로 터벅터벅 들어간다. 노파는 어둠 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음산한 탄광을 향해 조촐한 제사상을 차린다.

“우리 양순이(한예리 분), 잘 컸으니께. 내 아들 중현(진선규 분)아, 너도 이제 마음 편히….”

넋두리를 한 노파가 땅을 붙잡고 오열한다. 그때 번개가 쳐서 폐탄광 앞에 산사태가 발생한다. 그리고 무언가가 반짝인다. 노파는 반짝이는 물체가 금맥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지역 경찰서에 근무하는 명근(조진웅 분)에게 알린다.

명근은 노파에게 금이 아니라 바보금인 황철석이라며 둘러대다 쌍둥이 형제 동근(조진웅 분)에게 전화해 금사냥을 준비한다. 다음 날 동근은 사냥을 위해 총으로 완전무장을 한 엽사 무리와 함께 탐욕에 눈이 먼 채 산을 오른다.

한편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기성(안성기 분)은 동료를 잃은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사고 이후 지난 10년간 속죄의 의미로 매일 같이 산에 올랐다. 동료였던 중현의 부탁에 그의 딸 양순을 친손녀처럼 챙긴다. 늘 폐탄광이 있는 산에 올라 엽총으로 사냥을 해온 기성은 이날도 산에 올랐다가 엽사 무리의 계획을 알게 된다.

▲ 영화 ‘사냥’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할머니! 할머니!”

그때 양순이 할머니를 찾기 위해 산에 오르고 기성은 양순과 함께 엽사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출구 없는 산속에서 목숨을 건 16시간의 추격이 벌어진다.

사냥은 총이나 활 또는 길들인 매나 올가미 따위로 산이나 들의 짐승을 잡는 일을 말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짐승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의 욕심으로 인한 사람을 사냥한다.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인물들은 내면에 있던 욕망을 드러내며 인간의 본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런 인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독교 성경 야고보고 1장 15절에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라는 성구가 떠오른다.

영화는 산의 특성을 지혜롭게 활용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산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산에 어떠한 기운이 있다고 믿어 두려운 대상으로 여겼다. 산에는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이 흐르는 것으로 생각해 풍수지리를 판단했다.

영화 ‘사냥’은 추격 스릴러라는 장르에 한국적인 정서를 접목시켰다. 등장인물들은 생사를 걸고 표지판도 없는 미로 같은 산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분노하고 갈등하며 욕망으로 얼룩진 인물의 감정이 드러난다. 또 산은 약한 자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전체 분량의 70%를 산에서 촬영한 만큼 제작진은 적합한 산을 찾기 위해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발품을 팔았다. 영화에 완벽하게 맞는 산이 없어 고심하던 중 경기도 파주 고령산을 찾았다. 거친 액션을 생동감 있게 촬영하기 위해 박종철 촬영감독은 카메라를 지게처럼 등에 메는 방법을 선택했다.

▲ 영화 ‘사냥’ 스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연기경력 59년을 자랑하는 국민배우 안성기는 탄광 붕괴 사고로 죄책감과 악몽에 시달리는 기성을 맡아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충격적인 변신을 했다. 그는 하얀 백발과 수염은 물론 강도 높은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아가씨’ 등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했던 조진웅은 일확천금의 기회를 거머쥐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동근·명근 1인 2역을 소화했다. 그는 드라마 ‘시그널’에서 맡은 착한 이재한 형사와는 정반대인 동근으로 완벽 분했다.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 한예리는 또래보다 지능 발달 속도가 느려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는 양순 역을 맡았다.

이처럼 이 영화는 9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내달린다. 쫓기는 인간과 쫓는 인간 누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 ‘사냥’은 지난달 29일 개봉해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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