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국민여론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던 19대 국회가 끝나고, 지난 총선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20대 국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그만큼 높은 편이다. 과반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2당으로 추락하고 16년 만에 3당 체제가 정립된 것이 그 결과물이었다. 이제는 극한 대치와 소모적인 정쟁을 끝내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의 기본인 ‘협치’의 정신을 살리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마저 과분한 것일까. 20대 국회는 시작부터 19대 국회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열악하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여야 3당이 한꺼번에 비대위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부터 정상이 아니다. 게다가 여야 간의 논의나 이견이 아니라 모두 당내 문제로 일제히 홍역을 앓고 있다. 새누리당은 고질적인 계파싸움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치 한판 대격돌을 예고하는 듯하다. 더민주는 표창원, 조응천 의원 등의 언행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의욕이 앞선 것인지 아니면 자질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기대를 모았던 초선 의원들의 실언에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의당도 예외가 아니다. 장정숙 원내대변인의 전직 대통령 관련 발언도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린 실언이었다.

‘정치의 절반은 말’이라는 얘기가 있다. 정치영역에서 차지하는 말 또는 담론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상징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말 한마디로 박수를 받거나 또는 말 한마디 잘못 해 정치무대에서 퇴장한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만큼 정치인에게 말은 약이요 동시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뿐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에 대해 갖는 온갖 불신과 혐오도 결국은 정치인들의 말로부터 비롯된다. 국민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장과 궤변 그리고 무지와 막말 등은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중요한 수단이다. 오죽했으면 “정치꾼들의 얘기를 믿느냐”는 말까지 쉽게 공감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이런 구태와 적폐를 국회의원 스스로 자제하고 청산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다. 따라서 그들의 언행 하나하나는 매우 무겁고 엄중하다.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은 국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이야 면책특권 뒤에 숨을 수 있지만 그들이 쏟아낸 저질성 발언이나 궤변 또는 막말 등은 그대로 국민의 가슴을 때리는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더민주 표창원, 조응천 의원의 실언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다. 20대 국회를 빛낼 초선 의원들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았던 의원들이기에 더 아프게 다가온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정제되고 깊이가 남달라야 한다. 촉망받는 초선 의원들, 부디 시작부터 오버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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