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가현·이선미 기자] 정치권의 개입으로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신경전이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의 시민은 찬성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하는 목소리도 섞여 있다.

기자가 17일 만난 경남 밀양 주민은 정작 신공항 유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농민이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 신공항 예정지인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작 조용한 밀양… ‘반대’ 목소리도

김창복(63) 밀양시 수산리 대평동 이장은 “농사짓는 사람이 가장 많은 큰 마을로, 235세대 총 43만평의 농사짓는 농민이 대부분인데, 신공항이 들어서면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김 이장은 “나이가 많은 분은 신공항이 들어서도 좋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대하는 사람이 더욱 많다”고 말했다.

평생을 하남읍에서 살았다는 이태식(87)씨는 “대한민국에서 (밀양) 하남은 땅과 들이 좋아 농사짓고 살기에 좋은 곳인데, 이곳에 공항이 들어온다면 이 지방 사람은 다 죽는다”며 “외지인이 하남읍 땅을 거의 소유하고 있어 보상을 받아도 땅 주인만 좋을 뿐이다. 신공항이 들어온다면 이곳에 사는 사람만 피해자가 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민 가운데는 찬성하는 이도 있었다. 밀양에서 3대째 살고 있는 나영출(70, 무안면 강동리)씨는 “밀양은 관광지가 많아 큰 발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지원(73)씨는 “정치권이 개입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고 특히 지역 국회의원이 ‘신공항이 들어오도록 힘을 쓰겠다’고 공약을 많이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라며 정치권의 개입을 질타했다. 게다가 신공항 유치설로 인해 밀양 지역 부동산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하남읍 A공인중계사 관계자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몇 달 만에 25% 땅값이 올랐다”며 “소문에는 60% 이상 올랐다는 얘기도 있지만, 뜬소문에 불과하고 예정부지와 농지가격이 조금 다르고 매물은 올해 들어 거의 없다”고 밝혔다.

▲ 신공항 예정지인 강서구 대항동 일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 “대통령이 약속했는데…” 

이런 밀양과 달리, 지난 17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곳곳에는 ‘신공항 입지는 가덕도’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 주민은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신공항 유치를 적극 지지하는 모양새다. 박형연(60) 재부산호남향우회 회장은 “고향은 호남이지만 부산에 온 지가 30여년이다. 부산은 ‘제2의 고향’으로, 우리 후손이 영원히 살아야 한다”며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오기를 바라며 17일 궐기대회도 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가덕도 유치가 안 되고 밀양이 되면, 부산에서 민란이 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주민 주상거(63, 강서구 대항동)씨는 “김해공항은 24시간 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신공항은 가덕도로 해야 옳다”면서 “활주로 위치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외국에는 바다를 끼고 공항이 있는 곳도 있다”고 신공항 유치를 찬성했다. 더욱이 “밀양이 가덕도보다 신공항 투자비가 많이 든다. 김해공항 확장은 가덕도 부지가 낫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대항동 대항마을 이장인 황영욱(53)씨는 “국책사업이다 보니까 주민은 유치를 크게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어 “신공항 첫 유치 발표 때부터 토지를 묶어놔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항 백지화를 발표하면 큰일이 날 수밖에 없다. 백지화가 되더라도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희 부산여성소비자연합 대표는 “산속 밀양으로 김해공항을 빼앗아 간다면, 부산 시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당시 신공항을 우리가 바라는 곳에 반드시 만들어주겠다는 말을 믿고 표를 몰아줬고 그렇게 대통령이 됐다. 약속을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공항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덕도의 한 주민은 “우리는 대대로 어업을 하며 살아왔는데, 어업을 못 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답하다”며 “그래서 반대하는 주민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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