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바퀴벌레의 외형이나 움직임만을 보고서 징그러운 곤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마다가스카르 지역에서는 애완곤충으로 기르는가 하면,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병원균을 전파하고 식중독까지 일으키게 하는가 하면, 알레르기, 천식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위생해충, 바퀴벌레를 좋아할 리 만무하다.

현존하는 바퀴벌레는 종류만 해도 무려 약 4000종 이상이 된다. 바퀴벌레의 지구상 출현시기를 보면, 약 3억 5천만년 전이었다. 빙하기까지 거쳐 왔으니 그 끈질긴 생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변종 없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강한 번식력, 가리지 않는 식성, 그리고 환경에 강한 적응력 때문이다. 한 마리가 1년 후에 수십만 마리로 늘어날 수 있는 번식력을 갖고 있을 정도이다. 식성은 인간이 만든 화학 유해물까지 가리지 않을 정도다. 환경 적응의 측면에서 보자.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원자탄은 지역 생태계의 파괴, 생물종의 변이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원자탄의 위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지역의 바퀴벌레들은 종의 변형 없이 생존해 왔다고 한다.

바퀴벌레의 외골격은 유연한 여러 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탄성력과 압축력을 일으키게 하는 데 적합한 구조이다. 자신의 몸을 25% 내지 33%까지 축소할 수 있으며 압력에 견디는 힘도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좁은 틈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으며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신경차단능력이 있으며 회전 운동이 무척 빨라 충격을 분산하기 때문이다.

장애물이 있다고 느끼면 민첩하게 방향을 바꾼다. 초당 25회에 이를 정도로 빠른 방향전환능력과 발달된 더듬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천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지닌 바퀴벌레지만 부지런함을 발견할 수 있다. 감지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쏟는 노력이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무려 18시간 동안 더듬이를 청소한다는 점이다.

바퀴벌레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긍정 인자도 부여해 주고 있다. 스페인 민요 중에 15세기에 만들어진 ‘라쿠카라차(La Cuccaracha)’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멕시코 농민들이 바퀴벌레처럼 혹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혁명에 성공했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빙하기를 거쳐 오랜 세월동안 생존한 바퀴벌레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치열한 대응, 도전과 응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서기 578년에 설립된 일본의 ‘콘고구미’라고 제시한 바 있다. 끈기와 환경 적응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무한경쟁시대에 주위의 저항, 비판, 망설임 등 부정 인자 및 고착화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물을 보는 호기심과 남다른 시각은 독특한 문화를 낳는다. 천대받던 바퀴벌레가 과학기술계에서 주요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시대다. 특히 바퀴벌레의 빠른 속도, 탄성, 감지능력을 모방한 로봇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발상의 전환은 위기를 기회로,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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